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1일 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이들을 수사 의뢰하고, 국민권익위와 합동으로 전·현직 직원들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사무총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하고, 사태의 발단이 된 경력채용 제도는 폐지하거나 축소키로 했다. 지난 17일부터 선관위 특별감사위원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라 고강도 쇄신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선관위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합당한 처벌로 공직윤리를 바로 세우고, 민심이 납득할 수준까지 환골탈태해야 한다.
선관위가 수사 의뢰한 고위직 4명은 박찬진 사무총장, 송봉섭 사무차장,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김모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등이다. 이들의 자녀는 2020~2021년 선관위 동료들이 면접을 본 경력채용에서 고득점을 받아 채용됐다고 한다.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된 이들은 벌써 10명을 웃돌고 있다. 이들이 행사한 부당한 영향력이나 특혜가 있었는지, 또 다른 혐의자가 있는지 사건 전모가 전수조사와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선관위는 사무총장직을 외부 인사로 확대하고, 경력채용을 폐지·축소하는 특단의 대책도 내놓았다. 35년간 유지해온 관례를 깬 것이다. 고위직 내부 승진 관행과 그들만의 ‘끼리끼리 문화’가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이 사태를 불러왔음을 실토한 것과 다름없다.
선거·정당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기관이 ‘아빠 찬스’라는 공정성 훼손 논란에 휩싸인 건 헌법적 책무를 방기한 중대 위법 행위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대국민 사과’ 입장문을 통해 “국민께서 만족할 때까지 철저한 자기반성과 근원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자녀 특혜채용 문제뿐만 아니라 뿌리 깊게 존재하는 조직적 일탈이 있었는지 철저히 찾아내 발본색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아빠 찬스’ 의혹이 처음 알려진 지 3주 만에 선관위가 자정·쇄신 의지를 보인 것은 의미 있다. 그러나 그 말대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할 환골탈태가 이뤄질지는 또 다른 문제이고,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다.
감사원이 이날 선관위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국민의힘은 야당에 국회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선관위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의혹과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데는 여·야·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그 속에서도 여야는 총선을 10개월 앞둔 선관위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흔들 수 있는 외압적 행위가 없도록 매사에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