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과 저항폭력, 같은 선상에서 다룰 수 있을까

김지환 기자
경찰봉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광양제철소 인근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경찰봉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광양제철소 인근에서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2009년 8월5일 아침. 경찰특공대가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평택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점거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을 진압했다. 헬기와 최루액·테이저건이 동원됐다.

파업 뒤 노동자들이 받아든 ‘청구서’는 진압에 따른 트라우마뿐이 아니었다. 국가(경찰)는 파업 진압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새총으로 쏜 볼트에 헬기가 손상됐다는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경찰 진압이 위법한 공권력 행사였다는 점을 공식 인정했다. 이듬해 민갑룡 당시 경찰정장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사과했다. 대법원도 지난해 11월 노동자들이 경찰의 위법한 무력 진압을 방어하면서 경찰 장비에 일부 손상을 입혔다면 정당방위에 해당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14년 전 파업을 다시 소환한 것은 쌍용차 노동자 진압과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진압을 다루는 미디어의 방식이 묘하게 겹쳐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언론은 새총을 쏘며 저항하는 쌍용차 노동자 사진 등을 부각하며 노조 폭력성에 초점을 뒀다. 김 처장의 저항을 다루는 방식도 유사했다. “김 처장이 정글도(길이 42㎝)를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고, 쇠파이프로 형사들을 때렸다”는 경찰 보도설명자료와 정글도 사진을 부각했다.

한국노총 설명은 경찰 주장과 다르다. “경찰이 정글도라고 주장하는 칼은 망루에 묶어둔 줄을 끊어 망루를 위험하게 하면 경찰이 진압을 중단할 것 같아 가지고 있던 것이며 (김 처장이) 사람을 향해 휘두르지 않았다. 쇠파이프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 망루에서 뜯어낸 것이다.”

진압 과정 일부가 담긴 동영상만으로는 어느 쪽 주장이 사실인지 정확하기 확인하긴 어렵다. 양측 주장 모두에 조금씩의 사실이 담겨 있을 것이다.

사실 검증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노동자의 저항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부자고,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품위 있고 부드러운 말’로 제 주장을 해도 듣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악을 쓰고 무리하지 않으면 제 목소리를 사회에 전하기 어렵다.

폭력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저항폭력도 폭력이다. 하지만 ‘국가폭력’과 ‘저항폭력’을 같은 선상에 두고 다루는 건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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