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 있고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양소영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1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김남국 의원이나 돈봉투 의혹을 비판했다고 비이재명(비명)계인가. 그런 악의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대학생위원회 명의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논란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로 일부 강성 당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최근 의원총회에서 양 위원장 등 쇄신을 요구하는 청년 정치인들을 지켜주자며 결의문을 채택하자는 제안이 나올 정도였다. 일부 당원들은 양 위원장이 기자회견 명단에 일부 시·도당 대학생위원장 명의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날 명의 도용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심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담담해지고 있다. 기자회견 이후 지지층으로부터 생각보다 많은 비판을 받아 당혹스러웠지만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시·도당 대학생위원장들은 거의 20대 초·중반이다. 대학생인데 본인 신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버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지역위원회에서 항의 전화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련의 상황들을 어린 친구들이 겪기에는 너무 가혹하다. 시·도당 대학생위원장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경위는.
“처음 코인 사태가 기사화됐을 때는 저도 ‘가상자산이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이 아닌데 뭐가 잘못됐지?’라고 생각했다. 그 주에 대학생위원회 차원에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대학가에 갔는데 ‘금주의 핫토픽’이 김남국이었다. 한 대학생을 만나 ‘뭐가 잘못됐냐’고 물으니 ‘교수가 수업시간에 학생들 공부 안 가르치고 코인 투자를 계속한다면 어떨 것 같나’라고 이야기하더라. 망치를 맞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법적 잣대로 바라보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인했다. 여론조사도 2030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꺾이고 있었다. 대학생위원회 내부적으로는 ‘김남국 (국회의원직) 사퇴’까지도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저는 당의 공식 기구로서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지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2030 목소리가 이렇다는 정도로 당에 전달하는 게 책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톤다운(수위 조절)을 했다.”
-기자회견 이후 많은 공격을 받았다.
“저희는 김 의원을 타깃팅해서 비판한 게 아니다. 돈봉투 사건부터 김남국 코인 사태까지 청년 세대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에 대해 민주당은 반성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었다. 당내 가장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조직이 이 정도 메시지는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해 더욱 쓴소리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 수 있다.”
-명의 도용 의혹 등 위원회 내부 의견 수렴 절차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명의 도용 의혹을 처음 제기한 건 당사자들은 시·도당 대학생위원장들이 아니라 일부 당원들이다. 의혹이 커지니 제가 이틀 전 당 윤리감찰단에 자진 출석해서 자료도 내고 소명했다. 오늘 기사를 보니 당에서 ‘명의도용은 사실 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아직 제가 연락받은 건 없다. 사실 당에서 결론을 빨리 내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주에도 당이 요청해서 카카오톡 기록, 녹취, 시·도당 대학생위원장 동의 여부 등 사실관계와 관련된 자료를 다 냈다. 내부 소통 부족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한다.”
-당대표실 관계자와 면담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당 공식 입장 외에 드릴 말씀이 없다. 해당 보도 이후에 익명의 당 관계자가 ‘양소영이 정치적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하는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이재명 대표가 어떻게 했어야 하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대표에게 면담 요청을 했는데 실무 라인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희한테 ‘당을 위해서 헌신해줘서 고맙다, 어려운 결정을 해준 것으로 안다’는 메시지만 해주셨어도 당은 쇄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 아미(BTS 팬덤)는 자신들 때문에 BTS가 피해를 입지 않게 선행을 한다. 대표님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이 점을 명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회견 논란이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계파 갈등의 중심에서 소모적으로 이용당한다는 생각은 든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건데 비명계 프레임을 씌운다. 김남국 의원이나 돈봉투를 비판했다고 해서 비명계인가? 저는 친명도 비명도 아니다. 그런 악의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가 비명계 의원님들만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지난 의원총회에서 전해철 의원이 ‘양 위원장이 울먹이면서 찾아왔다’고 한 건 유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도 말씀드렸다. (전 의원을) 찾아가 면담한 건 맞지만 도움을 요청했다기보다 혁신기구에 청년 위원들이 많이 위촉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코인 사태 비판 기자회견을 한 것을 후회하나.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이번을 계기로 올바른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야겠다 다짐했다. 지난 2주 동안 ‘최초의 여성 대학생위원장이면 가만히 있어도 베네핏(이득)이 돌아올 수 있는 위치일 텐데 굳이 왜 지지층이랑 결별하고 당에 쓴소리 내는 데 일조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총선에서) 다시 한 번 국민들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처절하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혁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