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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을 ‘때려야 하나, 품어야 하나’···총선 앞둔 국민의힘은 고민 중

입력 2023.06.05 17:40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국노총 노조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 고공농성 강제진압을 계기로 여당의 노동계 관계 설정이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과는 달리 한국노총과는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국민의힘 내 목소리도 이번 강제진압 사건을 계기로 힘을 잃고 강경론이 득세한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노동개혁 성공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한국노총 ‘때리기’와 ‘끌어안기’ 중 어느 쪽이 유리할지 고심하는 모습이다.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과 밀착하지 않는 수준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90%에 육박하는 노조 밖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내놓는 전략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조 회계장부 제출 요구, 주 69시간 노동제 논란 등으로 노동계와 여권은 내내 긴장 관계였다. 노동계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일방통행이 원인이 됐다. 집회·시위 강경 대응 기조하에 경찰이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 고공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하청노동자 투쟁을 지원하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 진압봉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연행됐다. 김 처장은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이 사건은 악화일로를 걷던 정부·여당과 한국노총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쇠파이프와 정글도를 무엇으로 진압해야 하느냐”(권성동 의원), “법이 살아있음을 느끼도록 하는 게 맞는다”(성일종 의원), “불법행위와 폭력이 묵인되던 비정상 시대는 종말했다”(송언석 의원) 등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여당 내 목소리가 커졌다. 민주노총을 공격하면서도 한국노총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던 그간 여당 기조에서 벗어난 대응이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권이 노동계와 대화할 생각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정권 심판 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오는 7일 사건이 발생한 광양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의 연대 투쟁도 검토 중이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정부·여당과 완전히 등을 돌릴 상황에 직면하자 한국노총과의 관계 복원을 주장해온 당내 인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총선이 약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100만명 넘는 조합원을 가진 노조와 척을 지는 것은 여당에 상당한 부담이다. 조합원이 많고 여야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는 노조 조직표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 한 여당 초선의원은 “한국노총이 (선거에서) 최소한 아무 입장표명도 안 하는 게 좋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유연화, 노동시장 이중 구조 해소 등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우는 노동개혁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도 노사정 3대 축 중 하나인 노동계의 대화 참여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노동 탄압 대책기구 설치, 양대 노총 장외투쟁 결합 등 방침을 밝히며 한국노총과 밀착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여당이 양대 노총을 싸잡아 적으로 돌리는데, 전략적으로도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는커녕 ‘정당한 공권력 집행’만 얘기하는 쪽과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정부가 노조에 지나치게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여당이 부담을 떠안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한국노총 지도부와 당장은 관계 개선이 어렵다고 보고, 한국노총 산하 조직들과 개별적인 소통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여당 지도부 한 핵심 관계자는 “(노·정 관계) 탈출구를 당이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총선 전 한국노총을 끌어와야 한다. 다만 시간은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한국노총 산하 조직 중 대정부 투쟁에 찬성하는 조직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경사노위 탈퇴도 상징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간 여당이 노조 때리기에만 열중했을 뿐 선제적으로 노동개혁 의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내부에서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법치를 외치며 힘으로 노조를 진압한 것을 노동개혁이라 할 수는 없다”며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고 유연안정성을 달성하는 노사정 대타협을 해내야만 진정한 노동개혁”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반성 아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조 밖 ‘노동약자’를 위한 입법을 적극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을 명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로 진보진영에서 제기돼 온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 금지 의제를 공격적으로 던진 것이다. 정규직 중심인 양대 노총의 동참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노조를 상대로 모든 끈을 놓지 않겠지만, 에너지를 집중하지 않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얘기한 노동약자,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가장 큰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계속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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