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유용’ 낙인 찍힌 다음날도, 전장연 활동가는 “장애인 권리 보장” 외쳤다

김세훈 기자
국민의힘이 시민단체 보조금 불법 사용 사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언급한 가운데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에 전장연의 장애인복지법 개정 반대를 위한 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조태형 기자

국민의힘이 시민단체 보조금 불법 사용 사례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언급한 가운데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에 전장연의 장애인복지법 개정 반대를 위한 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조태형 기자

6일 오전 10시,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설치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농성장 앞에는 ‘장애인권리입법 제정 촉구’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있던 농성장이 지난달부터 이곳으로 옮겨왔다. 공휴일임에도 백선영 장애인부모연대 조직팀장(40)이 오전 10시부터 나와 자리를 지켰다. 그의 옆에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제도화’ 등 문구가 적힌 각종 손팻말과 유인물이 쌓여있었다.

농성장은 2교대로 24시간 운영된다. 통로 한쪽에는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 크기의 간이텐트 5개가 설치돼 있다. 백씨는 “휴일이 아닌 날에는 장애인 활동가와 비장애인 활동가 4~5분이 같이 농성장에서 밤샘 농성 등 캠페인 활동을 한다”고 했다.

백씨는 12세 중증발달 장애 딸을 둔 부모다. 백씨는 아이를 키우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체감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활동지원서비스는 제한적이었고, 맞춤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를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는 혼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가입했다. 백씨는 “당사자가 되어서야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을 향한 차별과 배제가 일상적이라는 걸 알았다”며 “누군가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고 했다.

이들이 밤샘 농성을 하면서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권리보장 확대이다. 점심에는 국회 앞에 나가 선전전을 하고, 저녁에는 역 통로에서 투쟁문화제를 연다. 현재는 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사회복지시설로 편입시키는 장애인복지법 개정 반대, 중증장애인 대상 평생교육법 제정 등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왜 농성을 하느냐’고 물어보는 시민도 있고, 주말마다 방문해 음식을 주고 가는 이도 있다고 한다. 한명희 전장연 조직실장은 “추모제, 선전전 등 농성장 활동에 시민들도 함께 참여해주고 있다”며 “국회가 장애인들의 요구에 응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농성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전날 ‘불법 시위 일자리’로 지목한 권리중심일자리도 전장연이 수년 전부터 확대를 요구해온 사업이다.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기인 2020년 시작됐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장애인 권리 모니터링 및 홍보가 주 업무다.

백씨는 “중증장애인은 효율과 이윤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스템에 편입되기 어렵다. 스스로 돈을 벌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구하거나 아니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권리보장 일자리는 중증장애인들의 가치와 존재를 사회에 인식시킬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권리중심일자리의 실체를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전장연에 대한 공격을 위해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였다”며 “사회적 약자들이 직접 권리보장을 외치는 것에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이라고 했다.

권리중심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노들장애인야학 활동가 장애경씨(55)는 시간이 날 때마다 농성장, 거리에 나와 ‘장애인의 삶을 이해해달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보장하라’고 외친다. 장씨는 이날 통화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집에만 있었을텐데 나와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바깥 구경도 해서 좋다”면서 “여전히 식당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기도 하고, 계단 때문에 가고 싶었던 식당을 못 가기도 한다. 장애인의 현실을 더 알리기 위해서라도 권리중심일자리는 확대되야 한다”고 했다.

주 1~2회 농성장을 찾는다는 노들장애인야학 공동교장 김명학씨(65)는 “꼭 무언가를 생산하는 활동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말하고 노래하는 것 역시 노동이라고 생각한다”며 “권리중심일자리의 성격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시민분들이 많다. 일자리의 취지를 알리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활동을 더 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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