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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째 마을 이장은 남성만···인권위 “이장 선거 여성 배제는 간접차별”

입력 2023.06.08 12:00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60년간 남성만 마을 이장으로 선출해온 관행은 여성을 배제하는 ‘간접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60여년간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임명된 사실이 없고 소수 남성 주도로 이장 후보를 추천해온 A 마을의 사례를 검토한 결과 간접차별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8일 밝혔다.

이장 선출 시 여성에게 피선거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A 마을 주민 B씨는 ‘이장 선출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A 마을에서는 지난 60여년간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임명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소수 남성이 이장 선출을 주도했으며 관행적으로 여성은 추천하지 않았다. 총회는 마을회관에서 남성과 여성이 각각 다른 방에 나뉜 채로 진행됐고, 남성들이 모인 방에서 추천인 호명, 만장일치 선출 등이 이뤄졌다.

A 마을이 속한 C군청 측은 이장 선정 절차가 관련 규정에 따라 이뤄지며, 여성 배제 등 성별 제한이 없으므로 군청이 취할 별도 조치는 없다고 주장했다. A 마을 개발위원회도 이장 선출 시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며, 이장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하지 않았음에도 소속 읍·면 여성 이장 비율이 10%에 그치는 것은 차별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이장 선출 기준이 외관상 중립적이나, 특정 성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임명된 이장 중 여성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을 볼 때 여성 집단에 대한 차별적 영향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장 임명 시 남성이 모인 방에서만 임명 절차가 진행된 점을 두고도 “의사결정자는 남성이어야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이 기저에 있다”고 봤다. 이어 “농촌의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실질적으로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피선거권을 가지지 못하는 현실을 간과하고 형식적으로 마을에서 추천하는 자를 임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영향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C군수에게 이장 후보를 추천하는 마을 개발위원회 구성 시 특정 성별이 6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이장 추천·선출 시 여성 주민의 선거권·피선거권이 보장되도록 각 마을 선출 과정을 점검하라고 권고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각 지자체 하부조직 운영 현황을 성인지적으로 분석·평가·점검할 것을,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지역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 참여를 높일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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