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지난 4월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는 일당이 첫 재판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승정)는 9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와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 등 7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과 달리 피고인이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7명 중 유일하게 불구속 기소된 이경우씨의 아내 허모씨를 제외하고 모두 출석했다.
두 달 전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던 이경우는 이날 재판에서 “살인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경우 측 변호인은 “강도 범행은 인정하지만, 살인할 의도는 없었다”며 “사체유기 혐의도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경우는 “피고인은 변호인과 의견이 같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이경우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황대한 측도 “강도 범행은 인정하나, 처음부터 살인을 공모했다거나 피해자의 사망을 의도하고 마취제를 주사하지 않았다”며 살인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사체유기 혐의는 인정했다.
연지호 측은 “강도살인, 강도예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강남 납치·살인’ 3인조 중 한 명만 살인 혐의를 인정한 셈이다.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강도살인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부부의 변호인은 “(부부는) 범행에 가담한 적 없고, 범행을 구상한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며 “납치·살인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 부부는 2020년 10월쯤 피해자 A씨의 권유로 ‘퓨리에버’ 코인에 30억원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후 이경우의 살해 제안을 받아들이고, 지난해 9월 착수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경우·황대한·연지호 등 3명은 지난 3월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A씨를 납치·살해한 뒤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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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에 사용된 마취제 약물은 이경우의 아내 허모씨가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병원에서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허씨에게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등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1월부터 A씨를 미행·감시한 이모씨는 강도예비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법정을 가득 채웠던 피해자 A씨의 지인들은 재판이 끝난 뒤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A씨의 친한 언니라고 본인을 소개한 한 여성은 “A씨한텐 13살짜리 아들이 있다. 그 애는 엄마가 코로나19로 사망한 줄로만 알고 있다”며 “(피고인들은) 어떻게 사람들이 저러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