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에…전국 아동병원 71% “야간·휴일 단축 진료 검토”

민서영 기자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연합뉴스

전국의 아동병원 10곳 중 7곳은 향후 야간·휴일 진료 시간 단축을 검토 중이라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병원들이 진료 시간 단축을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료 의사 부족’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실시한 전국 아동병원 진료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전국 소아·청소년 병원들의 중앙회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서영 기자

대한아동병원협회가 9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서영 기자

조사 결과를 보면, 71.4%의 아동병원이 향후 야간·휴일 진료 시간 단축을 검토하고 있다. 진료 시간 단축을 3~5개월 안에 시행할 것이라고 답한 아동병원이 45.2%로 가장 많았고, 2~3개월 이내 27.8%, 1개월 이내 2.8% 순이었다. 강은식 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5개월 이내에 소아진료의 버팀목인 아동병원 대부분이 야간 및 휴일진료에서 철수하게 되는 처참한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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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출생 여파로 소아 진료 수요가 줄면서 아동병원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응급진료 대책으로 야간·휴일에 외래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현재 38곳 운영하고 있는데, 경영난과 인력 부족 등으로 운영이 쉽지 않다.

아동병원들은 ‘진료의사 수 감소’(34.2%), 근무직원 이탈(32.9%) 등 인력 부족을 진료시간 단축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아동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과(의원) 부족으로 아동병원에 환자가 몰려 근무강도가 높다보니 상급 병원으로의 인력 유출이 심하다고 설명했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동병원의 병원당 근무 의사 수는 평균 5명,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8시간으로 전공의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국내 1호 어린이병원이자 ‘오픈런’(문 열자마자 달려가기)으로 유명한 서울 용산구의 소화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퇴사하면서 지난 3일부터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진료를 중단했다.

정부는 현재 38곳인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아동병원협회는 이날 되레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홍준 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김포 아이제일병원장)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돼왔는지 10년간 구체적 평가와 운영 비용에 대한 예측·평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약간의 가산 수가를 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며 “달빛어린이병원을 자꾸 만들겠다고 얘기하는 건 78시간을 일하는 의사들한테 90시간 일하라고 몰아세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아동병원협회는 달빛어린이병원 제도가 1차(응급 전 단계), 2차(응급 단계), 3차(배후진료) 기관 역할을 다 하고 있다며 제도 폐지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진료 시스템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일반 1·2차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야간·휴일 진료에 참여해 달빛어린이병원을 대체할 수 있도록 수가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중증 소아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상급종합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과밀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1339 조직(응급의료정보센터)을 재설립해, 경증 환자는 응급실이 아닌 1·2차 병·의원으로 안내하고 중증 환아는 병원 간 이송을 돕는 조절기능을 회복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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