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상 과세 유예 발언 땐
아들, 현 회사 재직하지 않아”
‘문제 제기’ 이재명 대표 향해
아들 문제 언급하며 ‘역공’ 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아들이 가상자산 업체 임원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직원 30명 정도 되는 중소벤처기업(블록체인 산업 관련 스타트업 스튜디오)에 직원으로 취업한 게 뭐가 잘못된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과거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아들의 취업 5개월 전 발언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문제를 제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들 문제를 제기하며 역공을 펼쳤다. 민주당은 “김 대표가 떳떳하다면 동문서답도, 물타기도 하지 말고 본인과 가족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및 거래 내역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와 이 대표가 서로 각을 세우면서 협치 차원에서 논의한 TV토론도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려 “이 대표가 다급하긴 다급한가 보다”라며 “제대로 확인도 안 된 일부 보도를 가지고 마치 무슨 호재라도 잡은 양 득달같이 달려드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 언론은 지난 8일 김 대표의 아들 김모씨가 블록체인 전문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이자 블록체인 창업기획·지원회사인 언오픈드에서 임원으로 근무한다고 보도했다. 김씨는 회사 홈페이지 등에서 언오픈드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소개됐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가 원내대표 시절인 2021년 6월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이 회사가 투자금을 모은 뒤 사업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0일 “보도에 따르면 김 대표 아들이 임원으로 근무하는 곳은 블록체인 전문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인 창업기획사”라며 “해시드는 수조원대 코인 사기 행각을 벌인 테라·루나의 초기 투자자”라고 주장했다. 한 대변인은 “아들이 가상자산 업계에 있는데 (김 대표가) 가상자산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하면 국민이 쉽사리 수긍할 수 없을 것”이라며 “김 대표는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공개하고 결백을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한 대변인은 “김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인 2021년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지금까지 나온 사실만으로도 김 대표와 가상자산 업계 간 커넥션은 물론 코인 보유를 의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같은 날 SNS에 해당 보도를 공유하며 “김 대표가 답할 차례”라는 글을 남겼다.
김 대표는 이날 “(아들은) 회사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은 채 봉급 받고 일하는 회사원일 뿐”이라며 “그 회사가 취급하는 사업과 제 과거 발언을 엮어 억지 논리를 펴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참 딱해 보인다”고 반박했다. 그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야당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2021년 6월에 코인 과세유예를 주장한 바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투자자 보호조치를 취한 다음에야 거래차익에 대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뭐가 잘못됐다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아들이 그 회사에 직원으로 취업한 때는 저의 발언이 있은 후 5개월이나 경과한 2021년 11월”이라며 “제가 위 발언을 할 때에는 아들이 그 회사에 재직하고 있지도 않았는데 그 회사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가”라고 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청년으로, 결혼·분가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봉급쟁이 회사원으로 소득세 꼬박꼬박 내면서 열심히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저의 아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의 아들 문제와 민주당 상황을 거론하며 역공을 폈다. 그는 “이 대표가 답답하긴 할 것”이라며 “권력형 부정부패 의혹의 몸통으로 재판받으러 다니랴, 자당 내 비명계로부터 받는 사퇴 압력에 시달리랴, 경박한 중국 사대주의 언행으로 골머리가 아프실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 아들은 누구의 아들처럼 도박을 하지도 않다. 성매매 의혹에 연루된 적도 없다.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제 사랑하는 아들을 남이라고 말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형수님과 형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지도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권력과 출세를 위해 아들과 형, 형수님을 짓밟는 짓은 인간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이젠 이 대표가 답할 차례다. 이 대표의 아들이 상습도박을 한 것은 사실인가. 이 대표의 아들이 성매매를 한 것이 사실인가. 아직도 이 대표에게 그 아들은 남인가”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에도 SNS에서 이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만난 것을 두고 “대한민국 원내 제1당 대표가 중국대사의 집으로 찾아가 모욕당하고서도 한마디 항의조차 못 한 외교참사를 야기해 놓고서 무슨 국익 외교를 했다는 건가”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가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찬을 ‘국익을 위한 협조’라고 자평했다. 참으로 대단한 언어유희”라며 “‘황은(皇恩)이 망극하옵니다’라던 중국 사대주의가 국익 외교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김 대표, 의혹을 제기 받자 이렇게 발끈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가상자산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 보유 현황과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자고 했던 김 대표,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이 있으니 밝히라는 주장이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이냐”고 밝혔다. 또 “김 대표가 야당에 대해서 코치를 받아 코인 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데, 혹시 김 대표 자신이야말로 가상자산 회사 임원인 아들의 코치에 따라 가상자산에 투기했던 적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곽상도 전 의원은 50억 퇴직금을 받았던 아들을 화천대유의 회사원일 뿐 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도 이런 입장을 취하는 걸로 코치 받았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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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와 이 대표가 아들 문제를 두고 서로 각을 세우면서 TV토론 논의도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하며 “이 대표 쪽에서 별다른 응답이 없지 않나”라며 “이렇게 공격하는데 민주당이 토론 준비할 여력이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SNS에서 김 대표를 향해 “국민들은 집권 여당 대표가 국정 운영 및 현안에 대해서 여야 협치를 위한 큰 메시지를 말씀하시기를 바란다”며 “언론 등에서 제기된 아드님 가상화폐 관계 회사 근무 관련 해명도 부대변인이 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 대표를 향해서도 “야당 대표 역시 집권 여당 대표 자제 관련 의혹에 대한 문제 제기는 대표가 직접하시기보다는 부대변인 등이 제기하셨으면 하고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