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9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국내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챗GPT를 만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기본소득 사업에 나선다. 향후 도래할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를 대비해 기본소득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올트먼 대표는 전날 서울 강남에서 열린 월드코인 서울 밋업(Worldcoin Seoul Meetup) 행사에서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월드코인은 올트먼과 알렉스 블라니아 CEO가 공동으로 2019년에 설립한 가상자산 스타트업이다.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골자는 사람이 홍채를 인식해 개인 지갑을 만들면 무료로 가상자산(월드코인)을 지급하는 것이다.
월드코인은 오브(Orb)라는 홍채인식 자체 디바이스를 통해 사람의 홍채를 데이터화 해 블록체인에 연결한다. 홍채로 사람임을 증명하면 오브는 홍채 원본 데이터를 삭제 후 이미지를 암호화해 ‘월드ID’를 발급한다.
월드 ID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지갑인 ‘월드 앱’을 만들고, 여기에 월드코인을 보관하면 된다. 회사는 이용자를 늘리고 생태계 확장을 위해 현재 신규 가입자들에게 무상으로 일정량의 코인을 제공한다.
지난달 일부 국가에서 오브가 출시된 이후 180만여명이 ID를 발급받았다. 오는 하반기에는 월드코인이 공식 출시된다. 올트먼 CEO는 “사회가 AGI 시스템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람과 기계가 하는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아직 없다”며 “AGI를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가치를 분배할 때, 월드코인 프로젝트가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GI에 따른 노동소득 손실을 상쇄해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월드코인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올트먼의 목표다.
하지만 홍채와 같은 생체 인증 정보가 악용했을 때 발생할 폐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내부고발자로 알려진 에드워드 스노든은 트위터에서 “스캔을 통해 생성된 해시(작은 크기의 데이터)가 남아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생체 인증 정보는 어떤 용도로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월드코인 보상을 노린 홍채 스캔본 암시장이 조성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월드코인 측은 “인증 절차를 더 강화하고, 스캔된 홍채 코드는 인증 시에만 쓰고 즉시 삭제된다”며 반박한다. 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월드코인 프로젝트의 시스템을 조만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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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코인 프로젝트로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올트먼은 전날 재원 마련 질문이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월드코인을 사용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또 월드코인이 데이터 베이스 구축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저소득층을 위주로 충분한 설명 없이 생체인증 정보를 수집한 것을 놓고 “가상자산을 미끼로 한 데이터 착취”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