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정관에 명시된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 항목을 삭제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주도할 신규 사외이사 후보 명단에는 친정부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KT 측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안과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여권의 ‘낙하산 인사’를 대표이사로 임명하려는 수순을 밟는 건지 묻게 된다.
KT는 지난 8일 확정·공시한 정관 개정안에서 대표이사 자격 요건에 현행 ‘정보통신 분야 전문적 지식과 경험’ 항목을 빼고 ‘산업 전문성’을 넣었다. KT 측은 정보통신이 다양한 산업 간 융합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낙하산 문’을 넓히기 위한 여권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의혹의 눈길은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친여 인사들이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대표이사 후보 압축 과정에서 탈락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 때 2008년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KT 사장으로 내리꽂기 위해 정관을 고친 것과도 닮은꼴이다. KT 안팎에선 벌써 ‘낙하산 후보자’가 하나둘씩 거명되고 있다고 한다.
개정안은 또 KT 대표이사 후보자의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출석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2·3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신한은행의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국민연금은 이미 구현모 전 대표 연임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 KT는 7명의 사외이사 후보 명단도 공시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명박 정부의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현 정부의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이나 민관 합동위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내이사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여, 이사회에서는 정부의 입김이 닿는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KT는 2002년 민영화한 민간기업이다. 정부는 KT 인사에 개입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KT가 유능한 최고경영자를 모시기 위해 정관을 개정할 수는 있지만, 그건 전적으로 KT의 자체적 판단과 결정이어야 한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도 이처럼 규정을 멋대로 바꿔가며 하지는 않는다. 정부는 당장 KT 인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