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리옹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원
“2001년 세계녹색당 총회 계기로
그린세대 급성장 현 지방의회 의석 54%“

제니 리옹 호주 뉴사우스웨스트 주의원이 지난 8일 2023 세계녹색당 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한윤정 ‘바람과 물’ 편집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호주녹색당은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다. 정계에 얼마나 진출해 있나.
“태즈메이니아녹색당이 세계 최초로 창당되기도 했지만 2001년 세계녹색당 대회를 계기로 그린세대가 나타나고 급속히 성장했다. 지방의회 의석수를 비교해보면 당시 4%에서 지금은 54%로 증가했다. 내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즈 주의회의 경우도 2~3명 수준에서 지금은 5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호주에서 녹색당이 성장한 계기는 액티비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테즈메이니아에 댐 건설 문제가 불거졌을 때 몇몇 사람들이 주도한 운동이 일어났다. 뉴사우스웨일즈에서는 건설회사들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데 저항한 활동가들이 녹색 저지선을 만들었다. 이런 운동을 통해 녹색당이 성장했다. 특히 20여 년 전 노르웨이 난민의 입항을 거부한 사건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것을 계기로 녹색당 활동이 환경보다 넓은 지역공동체 중심 운동들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녹색당의 정치적 성공이 이뤄졌다.”
-발의한 법안을 보면 지역공동체 돌봄, 주거 평등, 차별금지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중국계 호주인의 권리를 찾고 나아가 아시아계 호주인 사회의 협력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시드니, 캔버라 등이 속한 뉴사우스웨일즈는 이민 역사가 시작된 곳이어서 백인 이민자와 선주민의 갈등, 이민자 권리문제가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코비드19팬데믹 이후 중국인에 대한 차별과 함께 유학생 등 비시민권자에 대한 처우가 악화돼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주거 평등은 정부가 주택이 부족하다면서도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개인투자자와 개발업자들의 사적 이익을 보호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게 문제다. 이민자 권리와도 얽혀있는데 주택 부족과 가격 상승을 이민자 탓으로 돌린다. 차별금지법은 1977년 처음 생겼으나 상황이 변하면서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 다양한 성소수자들, 인종과 종족,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보호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
-모두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것이 다른 진보정당과 녹색당의 차이를 보여주는가.
“다른 진보정당들도 주택, 보건, 교육 등의 문제를 다루지만 투표권을 가진 호주 시민들에게 집중하는 데 비해 녹색당은 이민자, 난민 등 시민권이 없는 사람들의 인권, 평등, 존엄까지 보장하고자 노력한다. 또 개발과 이익에 맞서 자연자원 보존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며 석탄채굴 문제에 강경하게 반대한다.”
-호주는 인근 뉴질랜드 및 섬 지역들과 더불어 산불, 홍수, 해수면 상승 등 기후재난이 심각한 상태인데 정부의 대응은 어떤가.
“호주는 땅이 넓어 극도의 더위, 물난리 등 지역마다 다양한 현상이 나타난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양생물의 분포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런데 이전 보수 정부는 혹독한 날씨가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예 부정했다. 지금 정부는 그것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약간 진보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여전히 필요한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석탄채굴을 계속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후문제를 사회정책과 연결해 다루는 게 중요하다. 뉴사우스웨일즈의 리즈모어 지역을 예로 들어보면, 주택 사정이 열악하니까 홍수가 나면 집이 파괴되고 주거환경은 더 망가진다. 인권과 기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두 가지의 상호작용에 주목해서 활동하는 게 녹색당의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석탄광산을 무조건 닫으라고 하기보다는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광산노동자들을 그쪽으로 재배치하라고 요구한다. 경제정의가 이뤄져야 기후정의도 가능하다.”
-호주는 환경 철학이 발전했고 뉴질랜드는 왕가누이 강의 법적 권리를 세계 최초로 인정했다. 이런 분위기가 정부 정책을 압박하지 못하는가.
“푸른 바다, 코알라 같은 호주의 이상적 자연 이미지와 현실은 많이 다르다. 선주민들은 아주 오래된 문명을 건설했고 생태적 지혜를 쌓아왔으나 정부 정책입안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인식 수준은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들의 주장과 활동을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호주에서는 커뮤니티가 리드하고 정부가 팔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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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녹색당의 목표가 너무 이상적이라고 한다. 분단국가이자 산업국가로서 보수적인 한국에서는 더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녹색당이 어떻게 정치적 발판을 만들 수 있을까.
“너무 쉬운 질문이다. (웃음) 녹색당의 주장은 분명 급진적이다. 그러나 전혀 이상적이지 않다. 우리는 지구를 파괴하면 안 되고 무상교육과 안전의 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깨끗한 물과 공기, 식량, 집을 원한다. 모두 현실적 요구들이다. 호주에서도 공산당을 피해 이민 온 사람들이 진보정당에 반대하기 때문에 한국 상황이 잘 이해된다. 녹색당은 이데올로기적 대결 구도를 탈피해서 개개인의 요구에 바탕을 두고 나아가면 된다. 직접·참여·풀뿌리 민주주의가 우리의 원칙이다. 공부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 몸이 아픈데 의료보험 혜택이 부족하다, 그런 개인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면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고 더 많은 공감을 얻을 것이다. 강령을 공유하는 글로벌 정당이기 때문에 호주나 다른 국가의 성공사례를 공유하길 바란다.”

한윤정 매거진 ‘바람과 물’ 편집인이 지난 8일 2023 세계녹색당 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니 리옹 호주녹색당 의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