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참변에 ‘반지하 퇴출’한다더니…서울시, 매입 비율 3% 못 미쳐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반지하 주택 밀집 지역 모습. 성동훈 기자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반지하 주택 밀집 지역 모습. 성동훈 기자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대책으로 서울시가 내놓은 ‘반지하 퇴출’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 가구 중 지상층 이주 비율은 1%에 그치고, 반지하 주택 매입은 목표치의 3%에도 못 미친다. 강수량이 많을 것으로 예고된 장마철을 앞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 23만7000가구 거주자 중 지상층으로 이주한 경우 2250가구로 집계됐다. 공공임대주택 입주가 1280가구, 월 20만원씩 최대 2년간 바우처 지원을 받아 이사한 경우가 970가구로 전체 반지하의 1%도 되지 않는다.

주거용 반지하를 단계적으로 없애기 위한 매입 사업 실적도 저조하다.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 포함 건물 등을 사들여 새로 짓거나 반지하를 비주거용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올해 3450가구를 목표로 잡았으나 5월 말까지 매입이 완료된 주택은 98가구로 2.8%에 그친다. 특히 중증장애인과 아동·어르신이 거주 중인 반지하 가운데 매입이 완료된 경우는 한 곳도 없다.

현재 반지하를 포함한 다가구·다세대 총 2584가구에 대한 매입 신청이 접수됐는데 695가구(반지하는 210가구)는 심의가 가결됐고, 597가구(190가구)는 계약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반지하 대책 추진 현황.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추진 중인 반지하 대책 추진 현황.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더딘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반지하 매입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반지하 주택을 서울시가 사들이려면 다가구는 1개동 전체를, 다세대는 전체 가구 중 반지하를 포함해 절반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주택 건설에 시간이 걸려 (반지하 매입이) 상당 부분 지연되고 있다”며 “반지하 가구 단독 매입 또는 반지하 가구와 지상층 가구를 1:1로 매칭해 매입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 협의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반지하에 빗물이 차는 것을 막기 위해 물막이판과 같은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한 곳 가운데 설치가 마무리된 비율도 30% 수준이다. 중증장애인과 아동·어르신 거주지도 34~36%만 완료된 상태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침수방지가 필요한 반지하 1만5543가구 가운데 1만320가구에 설치를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권완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거주자 동의를 받지 못해 설치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며 “자치구별 동주민센터를 통해 적극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수해 지역 낙인효과로 집주인이 반대하거나 거주자가 연락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권 국장은 “설치가 불가한 경우 이동식 휴대용 물막이판 지원으로 침수를 예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시간당 55㎜가 넘는 비가 오거나 15분 강우량이 20㎜가 넘는 경우 자치구에 침수예보를 내리고 상황에 따라 구청이 경보를 발령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로 등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특별순찰반을 운영해 청소 횟수를 늘려 담배꽁초 등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 장애인과 노인 반지하 가구 등 954가구의 피난을 도울 수 있도록 돌봄공무원과 통반장, 인근 주민으로 구성된 ‘동행파트너’도 꾸려 사망 사고를 막기로 했다.


Today`s HOT
산업단지 프로젝트 기념식 위해 베트남 방문한 싱가포르 총리 역사적으로 중요한 날, 방글라데시 독립기념일 베네수엘라 이민자 지지 시위 6년 전 월마트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예방이 절실..
저먼윙스 비행기 추락 10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꽃이 피고 화창한 날이 온 미국과 영국의 어느 도시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다저스 팀의 야구 훈련 프랑스에서 벌어진 노동조합의 임금 문제 요구 시위
계속되는 달러와 연료 부족, 거리로 나선 목장주와 사업가들 눈보라와 많은 비를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 계속되는 남동부 지역 산불, 대응에 보강 필요.. 칠레에도 피해주는 산불, 힘을 모아 진화하는 소방관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