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 후엔 급여를 지급할 재원은 어디서 나오나요.” “기금이 소진된다고 연금을 못 받으리라 생각은 안 하는데, 잘 운영되고 있는 건가요.”
보건복지부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년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20~30대 청년들은 국민연금 기금 소진 후에 급여(연금)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지 걱정했다.
20대 프리랜서 A씨는 “우리는 혜택을 못받을 수도 있다는 세대인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고 말했고, 30대 전업주부 B씨는 “현재 국민연금을 넣지 않고 있는데 과연 가입하는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30대 회사원 C씨는 “직장가입자로서 보험료가 오를지 관심이 많다”고 했다.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제도 및 개혁 필요성’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청년들의 질문에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된다고 급여 지급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소진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에 (소진 후에) 급여 지급을 위해서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해나갈 것인지 지금, 한 30년 전부터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라며 “외국의 선례를 봐도, 과정이 힘들 순 있지만 개혁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제도를 유지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 시 보험료율(현재 9%)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보다)보험료를 더 많이 내고 급여는 덜 받을 수밖에 없다. 유 연구위원은 ‘세대 간 형평성’ 문제와 관련해선 “현재는 사적 부양비가 높은 것이고, 향후엔 공적 부양비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
토론 사회를 맡은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금 소진 후 부과방식으로 전환 시 보험료율이 30~40%대로 올라간다’는 전망과 관련해 스웨덴, 독일, 일본 등은 보험료율 상한을 둔 사례를 제시하면서 “미래세대의 보험료율이 30%대 이상으로 급등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윤희 복지부 청년보좌역은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등을 두고 개혁 논의가 되고 있는데 대학생과 같은 청년(미가입자) 입장에서는 수치가 와 닿지 않는 게 현실인 것 같다”며 “정확한 정보, 설득력 있는 내용을 알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국민연금 생각하면 2055년 기금 고갈된다거나 미래세대는 못 받거나 부담 늘어난다는 공포론을 많이 들어서 이미지가 안 좋았다”며 “오늘 토론회 발제를 들으면서 (이미지가) 바뀐 것도 같다”고 말했다. 또 “보험료율 인상보다는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에 더 동의하는데, 보험료를 인상한다면 가입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현재 청년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 가입보다 주식 등 개인 투자가 낫다’는 여론도 있다고 전했다. B씨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급하게 공부해보니까 물가상승률까지도 반영해 주는 연금이라서 제도는 유지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보험료율을 많이 올리기보다 급여 수준을 줄이거나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게 반발이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연금개혁 시 소득계층 간 형평을 맞추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냈다. 청년세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사각지대가 넓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국민연금제도 내 청년층의 다중불리 경험과 지원방안 검토’(유희원·한신실·김아람)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청년층(18~34세)의 국민연금 사각지대 규모는 해당 연령대의 53.3%로 다른 연령집단(35~59세·32.7%)보다 1.63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