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면직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 결과가 늦어도 다음 주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12일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상대로 면직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을 진행했다. 한 전 위원장은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한 전 위원장 측 대리인은 “방송통신위원회법상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 신분과 임기가 보장된 한 전 위원장을 면직 처분해 직무에서 배제하면 법치주의적 기반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강조하며 2020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 정지 처분의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서울행정법원은 ‘임명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증을 하고, 검찰총장 임기를 2년 단위로 정한 검찰청법 등 취지를 고려하고, 설령 신청인의 징계 사유가 인정돼 중징계가 이뤄진다 해도 직무가 유지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원장 역시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법에서 3년 임기를 보장하는 데다, 한 전 위원장에게 공소제기된 혐의의 범죄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처분 효력 역시 정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 대리인은 이어 “방송은 언론·출판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기본권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방통위는 그만큼 중요한 위상과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정권이 변경된다고 해서 임기가 보장돼있는 위원장의 지위를 박탈하게 될 경우 언론의 자유·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방통위법은 입법권자의 탄핵에 의해서만 방통위원장을 면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한 전 위원장 면직 건은 윤 대통령의 과거 징계처분·직무집행정지 사건과는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에 대해서는 신청인이 징계 사유 자체를 치열하게 다툰 데다 공소제기가 이뤄진 바 없고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 이 사건은 비위행위에 대한 징벌적 제재라기보다 징계 의결 시까지 예방적 잠정적 조치에 불과해 (한 전 위원장 면직 건과) 동등하게 평가할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을 면직 처분한 것은 공소제기와 별개로 방통위 업무 중 핵심적으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비위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이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평가점수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고,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허위 보도자료를 낸 행위 자체가 방통위원장으로서 중대한 비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사건을 심리할 때 형사상 죄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처분 사유에 대한 사실관계가 어떤지 등이 중요하다”며 “(한 전 위원장이) TV조선 평가 점수가 수정된 사실을 보고 받고 결과가 변경된 사실을 인식했는지, 인식했는데도 청문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주 금요일(23일) 정도까지는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2020년 3월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졌다. 정부는 한 전 위원장이 방통위법을 어겼다며 면직 절차를 진행했고, 윤 대통령은 임기를 두 달 남겨둔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면직 처분을 재가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에 불복해 면직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