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코로나19 대응의 최일선에 섰던 공공병원이 위기에 봉착했다. 일상 의료체계로 복귀하는 ‘엔데믹’ 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날 걸로 예견된 문제다.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맡는 사이에 의료진 이탈이 속출했고, 일반 환자가 끊어지며 적자가 쌓였다. 그런데도 정부 지원은 소홀하고 부족하기만 했다. 이대로라면 공공병원이 취약계층을 보듬는 본연의 존재감을 잃고 고사해 공공의료 체계가 무너질 판이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3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해 비상운영을 해온 전국 35개 지역의료원의 지난 3년간 의료손실이 1조5737억원에 달했으나 정부 지원액은 그보다 139억원가량 부족했다고 밝혔다. 의료손실을 손실보상금으로 모두 충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공병원의 손실은 당분간 지속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실적을 회복하기까지 3~4년 걸릴 것으로 분석됐지만, 정부 지원 기간은 6~12개월에 그치며 이미 종료됐다고 한다.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책임지는 국가의 일을 도맡아 한 결과인데, 이제는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얘기다. 정부는 보상 기간부터 연장해야 한다.
경향신문이 취재한 지역의료원들의 현실은 암담했다.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뚝 떨어졌고 아예 운영을 중단한 병동까지 생겼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일반 환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고, 적자가 누적돼 임금체불 얘기까지 나돌면서 의료진 이직도 부쩍 늘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의료진을 새로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공공병원 기능이 나날이 축소되는 악순환에 직면했다. 진료 정상화는 이제 머나먼 꿈이 된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세금을 무작정 지원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공공병원의 특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최소한 생존은 가능하게 해달라고 했다. 정부가 답을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10%도 안 되는 공공병상이 70% 이상의 환자를 치료했다.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깨치는 계기였다. 그러나 엔데믹 후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역의료원 다수가 같은 위기를 맞았다면 정부 정책 실패가 자명하다. 그런데도 단기 대책은 물론이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큰 그림도 그리지 않고 있다. 급할 때는 공공병원 역할을 치켜세웠다가 정작 공공의료 정책은 민간 위탁, 수가 인상, 경쟁 체제만 강조한다. 경제성을 잣대로 공공의료를 바라보는 것은 시민 생명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처사다. 공공병원 약화는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진다. 팬데믹 위기가 또 오면 다시 시작할 건가. 공공병원 활로와 확충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