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등 돌봄 관련 교육부의 보도자료 제목은 ‘초등 돌봄 대기 해소와 2학기 늘봄학교 정책 운영방향’이었다. 교육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3월 초 기준 돌봄 대기 인원이 최근 6년 중 최저치라고 자랑했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이전 정부에서는 돌봄 대기 인원을 잘 공개하지 않았다. 돌봄 대기 인원은 교육부에 매우 불리한 정보였다. 그런데 올해 교육부는 대기자가 2022년 17만명에서 2023년 15만명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그리고 4월 말 기준으로 8700명까지 감소시켰다고 자랑했다. 앞으로도 이 지표를 계속 발표하게 될 것이다.
왜 갑자기 돌봄 대기자 숫자가 중요해졌을까? 돌봄 대기 인원 감소를 관료들이 성과로 발표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돌봄 수요는 주로 1학년이 많다. 그런데 올해 1학년 숫자는 2022년에 비해 4만2000명이 줄었다. 그렇다면 4월 말 기준 대기자 수가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3~4월 돌봄교실 이용을 중도 포기하거나 돌봄 대기 자체를 포기하는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초등학교가 돌봄교실을 3~4월에 증설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초등 1~2학년 학생 수는 매해 평균 6만1000명이 줄어든다. 돌봄 수요가 엄청나게 줄어드는 기간이다. 당연히 대기자 숫자가 줄어든다. 돌봄 대기자 수는 교육부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이 정부 기간 동안 매해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좋은 지표이다.
돌봄정책은 쉽지 않은 것이다. 돌봄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교실 확보가 어렵고, 공간 확보가 쉬운 지역은 학생 수가 줄어들어 돌봄 이용자 수가 줄어든다. 교육부가 1월에 발표한 초등 돌봄교실 운영현황에 따르면 2022년 초등 돌봄 참여 학생 수는 29만2068명(5월에 발표한 2022년 돌봄 수용 인원은 28만6553명)이다. 2023년 돌봄 수용 인원은 29만9131명이다. 각각 해당 연도의 초등학생 수를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돌봄 이용 초등학생은 0.6% 증가했다.
교육부가 돌봄센터를 짓고 수영장을 만드는 학교복합시설 사업을 위해 5년 동안 특별교부금 3600억원씩 1조800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올해 늘봄 시범사업 교육청 특별교부금 지원액은 5월에 개선해서 약 1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수영장이나 돌봄센터를 짓는 학교복합시설 사업에 특별교부금을 돌봄사업의 3.6배나 사용한다. 예산만 놓고 보면 교육부는 돌봄의 내용을 향상시키는 사업보다는 시설사업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교육부는 돌봄과 방과후를 합쳐 늘봄학교를 추진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최근에는 늘봄학교의 교장에 해당하는 늘봄 담당 교사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장관이 밝혔다. 질 높은 돌봄 서비스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고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질 높은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등학교 교사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초등교사들은 돌봄 업무가 지금처럼 교사들의 업무를 증가시키고,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안전사고 등의 책임이 확대되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초등교사들이 학교에 병설유치원이 신설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에 있지만 교사들과 관계없는 별도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경남교육청의 사례처럼 늘봄학교 지원센터를 교육지원청에 별도로 개설하고 늘봄 담당 교사와 돌봄전담사들을 배치하여 별도의 학교로 운영한다면 이를 반대할 교사들은 없을 것이다.
매해 경제성장으로 교육재정이 증가하고, 학생 수 감소로 추가 돌봄 교사의 확보도 쉬워지고 있다. 지금이 독립적인 늘봄학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늘봄학교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예산과 인력을 새롭게 구축하고 학교 안에서 늘봄학교가 독자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교육부는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학원을 전전하게 하는 학부모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질 높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석을 놓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