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탐사선 ‘카시니호’ 자료 분석
‘엔켈라두스’ 지하 바다서 ‘인’ 확인
인 있어야 염색체·DNA 형성
지구 밖 생명체 존재 가능성 커져
200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선 ‘카시니호’가 촬영한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의 모습.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NASA 제공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 표면에서 물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200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 탐사선 ‘카시니호’가 촬영했다. NASA 제공
태양계 6번째 행성 토성에 딸린 위성인 ‘엔켈라두스’ 지하 바다에서 생명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물질인 ‘인’이 발견됐다. 지구 밖 천체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는 연구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와 일본 도쿄공대, 미국 콜로라도 볼더대 등에 소속된 연구진은 14일(미국시간) 토성 위성인 엔켈라두스 바다에서 인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선 ‘카시니호’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됐다.
NASA가 발사한 카시니호는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토성 주변을 돌았던 우주 탐사선이다. 2017년 연료가 바닥나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토성에 돌진해 산화했다. 하지만 임무 기간에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은 과학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탐사선이 과거에 수집해 무선으로 지구에 전송한 막대한 자료를 오랜 기간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뽑아내는 일은 우주과학계에서 일반적인 작업이다.
연구진이 주목한 자료는 카시니호가 엔켈라두스에 접근해 잡아낸 ‘간헐천’, 즉 얼음 입자 상태의 물기둥 속에 녹아 있는 화학 물질이다.
엔켈라두스는 지름이 500㎞인 소형 천체다. 지구를 도는 달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덩치는 작지만 엔켈라두스에는 과학적으로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다.
모행성인 토성의 중력이 만든 강한 마찰열 때문에 지하에 얼음이 녹아서 생긴 바다가 있다. 마찰열로 생긴 뜨거운 물이 샘솟는 ‘열수 분출구’도 존재할 것으로 과학계는 추정한다. 지표면에서 30~40㎞ 내려가면 나타나는 엔켈라두스 지하 바다는 수심이 10㎞에 달할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수량으로 따지면 지구 바닷물의 2배나 된다.
이 바닷물이 갈라진 지표면을 뚫고 공중으로 솟구치는 것이 바로 간헐천이다. 이런 간헐천이 엔켈라두스에 100여개나 된다. 높이 300㎞까지 물을 뿜는 간헐천도 있다.
카시니호는 이 간헐천이 뿜는 물속을 여러 차례 샤워하듯 비행했다. 그러면서 물속에 나트륨과 칼륨, 탄산염 등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그동안은 생명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물질인 ‘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은 염색체와 DNA를 형성하고, 뼈와 세포막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생물의 몸에서 에너지도 운반한다. 이 같은 인을 엔켈라두스 바닷물에서 연구진이 찾아내면서 생명체 존재를 위한 중요한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인은 ‘인산염’ 안에 결합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인산염은 산소 원자 4개와 인 원자 1개로 구성된 물질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분석된 인의 농도가 지구 바다의 최소 100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엔켈라두스 바다에 생명체가 헤엄친다는 결론으로 직결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연구진에 속한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크리스토퍼 글레인 박사는 NASA 공식 자료를 통해 “우주생물학의 관점에서 놀라운 발견”이라면서도 “이번에 발견된 인이 외계 환경의 생명체에게 충분한 양이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햇빛 없는 지하 바다에서 화산 등의 영향으로 뜨거운 물과 화학물질이 솟구치는 열수 분출구는 지구에도 많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구의 열수 분출구에선 복잡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우주과학계는 카시니호가 수집한 자료를 꾸준히 분석해 지구 밖 생명체 존재의 증거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