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희생번트, 간절함
장비 교체 대신 느낌, 초심
자존심 버리는 자세, 성장
LG 김현수(35·사진)는 지난 13일 잠실 삼성전에서 1-1로 맞선 8회말 무사 1루에서 번트를 댔다.
오랫동안 중심타자로 뛰어온 김현수가 희생번트를 댄 것은 데뷔 후 딱 한 번 있었다. 2007년 9월22일 삼성전이었다. 이후 무려 16년 만에 김현수가 번트를 기록했다. 이 번트로 1사 2루를 만든 LG는 2-1로 승리했다.
김현수는 6~8일 고척 키움 3연전에서는 단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대타로도 기용되지 않고 사흘 내내 벤치를 지켰다.
올해 개막 직후, 김현수는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4월을 타율 0.400으로 마쳐 타격왕 경쟁을 이끄는 듯 보였다. 그러나 4월 말 잠시 허리 통증을 겪은 이후 침묵하기 시작했다. 5월 한 달은 21경기 타율 0.148로 허우적댔다.
이에 며칠간 벤치를 지켰던 김현수는 9일 한화전부터 선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 15일 삼성전에서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활약하는 등 최근 6경기에서 타율 0.375(24타수 9안타)로 회복했다.
김현수는 “허리 통증에서 회복한 뒤 다시 힘을 쓰려고 타격폼에 변화를 줬더니 더 문제가 됐다”며 “생소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늘 잘 치며 긴 정규 시즌을 10여년간 치르면서도 슬럼프라고는 거의 없었던 김현수는 “힘들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 것 같아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 했다.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했고 마음을 추슬렀다”고 말했다.
‘초심’을 되찾으려 애썼다. 김현수는 “원래 방망이도 장비도 자주 바꾸는 스타일인데 그런 것보다는 처음 시작했을 때의 느낌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모르게 위축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번트를 댄 것도 내가 자존심을 찾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다시 ‘타격기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김현수는 지금 ‘베테랑’이다. 하지만 아직도 ‘성장’을 바란다. 김현수는 “베테랑이라고 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새로운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LG는 살아난 김현수를 앞세워 2주 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섰다. 김현수는 “아직도 치른 경기보다 치러야 할 경기가 많이 남았다. 분위기를 잘 살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