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굵은소금 제품 등이 품절돼 소금 진열대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영국 음식칼럼니스트 제니 린퍼드는 ‘세계 7대 요리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소금을 꼽았다. 나머지는 돼지고기·꿀·칠리·쌀·카카오·토마토다. 국내 번역서에는 세계 음식 문화를 만든 7가지 식재료로 소개됐다. 밀이나 커피가 빠져서 고개를 갸웃할 순 있어도 소금이 이 리스트에 포함된 것에는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소금은 인류 역사와 함께 걸어온,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결정체다.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성분인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고 식품을 절여 보관·저장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쓰임새로 인류 문화에 녹아들어 있다. 고대부터 상처 치료제나 해독제로 쓰였고 세금 징수 수단이나 화폐 역할도 했다. 봉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샐러리’는 로마시대 관리나 병사들에게 소금으로 지급한 월급을 칭하는 ‘살라리움’에서 나온 것이다. 예로부터 쟁탈전이 벌어질 만큼 귀하고 중한 자원이라 20세기 이전만 해도 ‘하얀 황금’으로 불렸다. 소금이 곧 권력이고 부의 원천이었다. 근래 들어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경향이 건강 이슈가 되고 있지만 소금 역사로 따지면 극히 최근의 일이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시중에서 소금이 동나고 있다. 바닷물로 만드는 천일염을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온라인 구매도 쉽지 않다고 한다. 수요 폭증으로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 12일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운전 개시 이후 급속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일주일 새 온라인 소금 거래량이 전주 대비 800% 이상 급증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사재기 징후는 없다고만 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매일 오염수 관련 언론 브리핑을 시작했다. 과학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일본 측 오염수 정화 방안을 설명할 뿐, 실질적인 안전 담보책이나 검증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할 일을 한국 정부가 대신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무리 사실 설명이 중요하다 해도 시민들이 불안 끝에 행동에 나서는 현 상황을 외면하면 안 된다. ‘과학적 설명’에 그치지 말고 불안에 대한 근본 해소책을 찾아내야 할 시점이다. 소금 파동은 오염수가 원인이다. 시민 불안을 탓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