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파업 손해배상 책임은 개별적으로 물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집중 공격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6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신을 포함한 몇몇 대법관의 교체를 앞두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 알박기 판결을 한 것”이라며 “입법부 차원에서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는 법률적 판결이라기보다 정치적 판결이며 입법과 사법의 분리라는 헌법원리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윤 원내대표뿐 아니라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전주혜 원내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이 일제히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일부는 주심 대법관의 성향을 들어 몰아세우기도 했다.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결에 비판은 할 수 있으나 정치적인 의도로 비난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이날 국민의힘의 태도는 사법부의 최종심급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한 정치권의 논평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적절했다. 사법부 모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원내대표는 대법원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했는데, 선을 넘은 쪽은 여당 아닌가.
여당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은 대법원의 판결이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은 위헌이자,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6월 국회에서 야당이 강행 처리할 경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지난 15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쌍용차 노조에 대한 판결은 기업의 무차별 손해배상 소송에 제동을 건 상식적인 판단이다.
윤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법원은 관련 판결을 일정 기간 유예하고 국회 논의 결과를 지켜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은 야당과의 진지한 논의를 피해왔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수많은 노동자를 극한으로 내몬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법안을 무작정 반대하겠다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여당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폄훼를 멈추고 이번 판결에 담긴 뜻을 진지하게 헤아려 노란봉투법 입법에 협조하길 바란다. 노란봉투법 입법을 정치 복원의 계기로 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