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몸이 아름다운 건, 당신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죠

손버들 기자
[그림책]당신의 몸이 아름다운 건, 당신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죠

왜 사람이 아름다울까요
바티스트 보리외 글·친렁 그림, 이나무 옮김
이숲아이 | 36쪽 | 1만6800원

할아버지의 뺨에는 길게 파인 흉터가 있다. 어린 손자는 왜 그런 흉터가 있는지 묻는다. 할아버지는 말한다. “내 뺨에 남은 흔적은 바로 나의 이야기란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흔적이 있지.” 할아버지는 손자의 손을 잡고 에펠탑으로 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흔적에 대해 말해준다.

[그림책]당신의 몸이 아름다운 건, 당신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죠

등이 굽은 노인이 사실은 40년 동안 타일 시공을 한 ‘대단한 예술가’이고, 늘 지쳐 보이는 카페 종업원이 아기를 돌보느라 밤잠을 설친 좋은 아빠라는 것을. 에펠탑 위에서 사진을 찍는 아주 뚱뚱한 여자를 주변 사람들은 비웃지만, 그가 어린 시절 따돌림으로 인해 폭식했다는 것과 그의 미소가 누구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얼굴에 붉은 반점이 있거나 너무 마르거나 우울해 보이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어려움을 딛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결점으로 보이는 것 속에 숨은 이야기를 알고 나면 이들이 모두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준다. 겉모습만 보고 예단하고 경계하는 일에 익숙해진 우리들의 ‘쉬운 편견’을 넌지시 꼬집는다.

할아버지의 말에는 삶의 모든 순간을 지나온 어른의 혜안이 들어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미 일어난 일은 아무도 되돌릴 수 없지.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해.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로 현재의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처를 감추기보다 남과 함께 나누면, 더 쉽게 아물 수 있어. 훨씬 덜 외로워진단다.” 인생의 파도에 대처하는 자세와 상처를 치유하는 ‘함께의 힘’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에게 ‘너 자신이 되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 제 말을 잘 듣고 절대 잊어버리지 마세요. 살고, 사랑하고, 슬퍼하고, 원하고, 후회하는 이 모든 것은 누가 뭐라고 하든 진실로 위대합니다.” 마지막 장에 빼곡히 적힌 ‘작가의 말’ 마지막 문단에 밑줄을 그어본다. 사람의 몸을 한 권의 책으로 보는 작가의 다정한 시선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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