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년 만의 미 국무장관 방중을 주목하는 이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친강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5년 만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충돌로 가지 말자’는 미·중 정상 합의에 따라 당초 지난 2월로 예정됐다 중국 정찰풍선 논란으로 4개월 늦춰졌다. 대만·반도체 문제 등을 놓고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아왔다. 이번 회담이 향후 미·중관계와 국제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쏠린다.

미·중은 애당초 이번 회담 기대치를 낮게 잡았다. 안보·경제 현안마다 이견이 큰 양국 외교 수장은 공개 모두발언도 없이 회담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국은 민주·공화 양당의 극심한 정쟁에도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할 정도로 대중국 강경론이 공고하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해 전방위 경제 제재를 하고, 한국·일본·필리핀 등 동맹국들의 세를 규합한 뒤에야 대화를 재개하자고 한 의도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양국이 대화를 갖기로 한 것은 두 나라의 전략 경쟁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거나 ‘제 살 깎기’ 경제 전쟁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 부근에서 양국 군함이나 전투기가 아슬아슬한 충돌 직전까지 가는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두 나라의 경제 사정도 기대했던 만큼 호전되지 않고 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소통 채널을 활성화하고, 서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관계는 늘 한국에 중요했지만, 한·중관계가 험악해진 지금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때는 없을 것이다. 미·중관계가 충돌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도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놓고 갈등하지 않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이 실리 차원에서 대중 관계를 관리하려는 모습을 목격한 지금 미국·중국을 대함에 있어 실리를 최우선하는 외교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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