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번째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경찰과 공무원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행사무대 설치 차량의 진입을 막으려는 대구시·중구청 공무원 500여명과 길을 트려는 경찰 1500여명이 30분간 정면 대치했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 권리를 놓고 몸싸움을 벌이는 아수라장을 만든 책임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물어야 한다.
홍 시장은 여러 차례 소수자 차별 발언을 하며 이번 행사에 반대해왔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축제는 안 했으면 좋겠다” “도로점용 허가나 버스노선을 우회할 만큼 공공성 있는 집회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의 법리 해석은 상반된다. 경찰은 집시법에 따라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퀴어문화축제가 보장돼야 한다고 봤다.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대구시 행정대집행은 위법이라고 맞선 것이다. 법원도 같은 판단이었다. 지난 15일 보수 기독교단체가 낸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재판부는 “집회는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 의사를 표현하는 유일한 장”이라면서 “개최로 제한되는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제한 정도가 표현의 자유 정도보다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합법”이라는 경찰과 법원 판단에도, 홍 시장은 막무가내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그러곤 “(축제를 허용한)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검사 출신인 홍 시장이 법에 무지할 리도, 법치주의의 지중함을 모를 리도 없다. 동성애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지만, 법을 무시하고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마저 인정하지 않는 독선은 지자체장으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0만명 중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다”며 이주민 혐오를 조장해 논란을 빚었다. 여권 내에서 잇따르는 소수자 차별이 우려스럽다.
“동성애에 찬성 않는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달 1일 을지로 일대 도로에서의 퀴어퍼레이드를 수용했다. 당초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민주 국가에선 사회적 소수자도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걸 배격하고 차별하는 세상은 성숙된 사회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