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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거래가 아닌 사회적 논의로

어린이 환자, 중증 응급환자들이 진료받을 곳을 찾지 못해 거리를 떠돌다 사망하는 사례들이 속속 알려지면서 대책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커졌다. 특히 서울에서마저 이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위기의식도 더 커진 듯하다. 진단과 처방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결국 문제는 한 가지 이슈로 수렴 중이다. 바로 의사 인력이다. 어떻게 하면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서, 지방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들 것인지가 고민이다. 그동안 채택해왔던 주된 방법은 ‘보상’이었다. 이를테면 필수의료 분야의 건강보험수가를 인상하거나,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급여를 높게 책정하는 조치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연봉 4억원에도 의사를 구할 수 없다는 뉴스가 화제에 오른 것이 몇년 전이었는데, 그 숫자는 5억, 6억원으로 가파르게 올라 최근에는 연봉 10억원의 채용공고가 등장했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이제 의사인력 확충 방안, 즉 의대입학정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다. 세 가지 논거가 대표적이다.

첫째, 의사가 늘어나면 국민의료비가 늘어나고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건강보험 저수가를 악의 축으로 지목해왔던 이들의 갑작스러운 건보 재정 우려에 당황한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일말의 진실은 존재한다. 현재와 같은 행위별 수가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의사 숫자가 늘어나고 서비스 제공량이 많아지면, 게다가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기까지 한다면 건보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 지불보상체계 개편 같은 의료개혁이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다. 둘째, 지금도 의대가 블랙홀처럼 이공계 인재들을 흡수하는 마당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이공계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다. 한 의사단체는 “그나마 무너지고 있는 이공계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결정타”라고 표현했다. 이공계의 다른 진로를 선택하지 않고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된 것은 정작 본인들인데, 이제 와서 이공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왜 의대가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빨아들이는가 말이다. 2020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의원급 의사의 평균 연봉은 약 2억6000만원, 병원 의사의 평균 연봉은 3억2000만원이었다. 다른 직종과의 ‘압도적’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의대 쏠림 현상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아무리 그래봤자 필수의료 전공자나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예언적 ‘호언장담’도 존재한다.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수가를 높이고 연봉을 높게 책정해야 할까? 그것은 다시 문제의 처음으로 돌아가는 도돌이표. 그게 아니라면, 백약이 무효이니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뜻일까?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그대로 놔두고? 사실 아무리 급여가 높아도 매일 당직을 서고 위험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의사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직종에서도 말이다. 그래서 노동강도가 높은 다른 직종, 사업장에서는 인력 확충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만일 이런 이유로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 숫자가 적은 것이라면, 어떻게든 의사 숫자를 늘려 그들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대통령이 존경하는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만은 일찍이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면허를 통한 의사의 의업 독점이 자유의 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쳤다.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찬 책이지만, 의사인력 충원과 관련한 현재의 논의를 보면 의사의 독점이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문제는 시민들의 삶에 너무나 중요하다. 정부는 이를 독점적 공급자와의 ‘거래’를 통해 결정해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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