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기피시설 이미지 벗고 상생 공간으로…특수학교에 주민들이 모이는 이유는?

강정의 기자
예산꿈빛학교 인근 주민들이 지난 15일 예산꿈빛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카페는 지난 1월부터 외부인들에게도 개방돼 운영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예산꿈빛학교 인근 주민들이 지난 15일 예산꿈빛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카페는 지난 1월부터 외부인들에게도 개방돼 운영되고 있다. 강정의 기자

주민 발길 이어지는 예산꿈빛학교 카페
설립 반대 심했지만 지금은 마을 모임터
전국 특수학교 최초 학교장터 판매 시작도

“이웃 주민들과 함께 일주일에 1~2번은 꼭 들려요. 특수학교 안에 있는 카페가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는데 이젠 마을 사랑방이 된 것 같아요.”

지난 15일 오전 충남 예산군 봉산면 하평리의 예산꿈빛학교 복합동 건물 1층에 있는 ‘꿈빛카페’에 들어서자 2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평리 주민인 이영옥씨(63)는 “학생들이 늘 반갑게 맞아줘 카페를 자주 찾게 된다”며 “교내에 개설한 카페를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한 주민은 “능숙하게 커피를 내린 후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그동안 가져왔던 편견이 사라졌다”라고 귀띔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최주은씨(22)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이 카페 직원으로 정식 채용된 예산꿈빛학교 1호 졸업생이다. 최씨는 아메리카노, 라떼, 아이스티, 과일 에이드 등 10여 종의 음료를 거침없이 만들어낸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정성이 깃든 커피 맛에 한번 반하고, 저렴한 가격에 “이래도 되나”라는 말을 연발했다. 아메리카노 커피 1500원, 복숭아·청포도에이드 3000원 등 시중의 절반 이하 가격이다.

카페 업무를 담당하는 교직원은 “지적장애인인 최씨가 일하는 이 카페엔 하루 100명 안팎의 손님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 1월부터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된 꿈빛카페가 불과 4~5개월 만에 마을의 명소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예산꿈빛학교 1호 졸업생인 최주은씨(22)가 지난 15일 예산꿈빛카페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3개월간 이 카페에서 인턴을 지낸 최씨는 같은해 11월 직원으로 정식 채용됐다. 강정의 기자

예산꿈빛학교 1호 졸업생인 최주은씨(22)가 지난 15일 예산꿈빛카페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3개월간 이 카페에서 인턴을 지낸 최씨는 같은해 11월 직원으로 정식 채용됐다. 강정의 기자

지난해 3월 개교한 충남 군 단위 최초의 특수학교인 예산꿈빛학교엔 유치원과 초중고교, 전공과 등 총 119명이 재학 중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를, 나머지 학생들은 자폐성·지체 등의 장애를 갖고 있다. 이들 가운데 20대 초반의 전공과 학생들은 이곳에서 2년간 바리스타와 세탁물 관리, 정원 가꾸기 등의 교육을 받는다.

전공과 학생들이 만드는 커피는 충남교육청 진로융합교육원 꿈빛카페 2호점과 지역 하나로마트 등 5곳의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카페 등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전액 학생들의 교육활동비로 사용된다.

예산꿈빛학교 전공과 학생들이 지난 15일 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강정의 기자

예산꿈빛학교 전공과 학생들이 지난 15일 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강정의 기자

주민들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활기를 띤 요즘 학교 분위기와 달리 설립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한때 기피 시설로 낙인찍혀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주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카페를 비롯해 각종 체육시설을 구비한 다목적실과 정원 등을 조성해 개방했다. 설립에 반대했던 주민들도 학교 측의 이 같은 노력에 공감을 표하며 마음을 돌렸다. 이후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학교 정원 가꾸기 사업 등에도 참여하는 등 학교 운영에 일조하고 있다.

김성희 예산꿈빛학교 교장은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자리를 뜬 일도 있었다”며 “요즘엔 마을 이장님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이 앞장 서 학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도 마을 김장 행사와 어르신 노래자랑, 홀몸노인 이불 세탁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날 수 있는 상생 공간을 지속해서 늘려나가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라고 말했다.

예산꿈빛학교 전경 모습. 예산꿈빛학교 제공

예산꿈빛학교 전경 모습. 예산꿈빛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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