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국회의원 정수 300명 중 30명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 논의가 가뜩이나 겉돌고 있는 중에 의원 수 감축을 다시 꺼낸 것은 부적절하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 국회 논의나 야당과의 협상을 뒤엎으려는 것이어선 안 된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국회의원 증원 불가’ 방침을 밝히더니, 4월엔 ‘최소 30명 이상’ 축소를 제기했다. 이날 연설에선 “국회의원 숫자가 많으냐 적으냐 갑론을박이 있는데 그 정답은 민심”이라며 의원 정수 10% 감축을 제안했다. ‘민심’은 여론조사에서 의원 축소 요구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원 수 확대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엔 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각종 특권은 꼬박꼬박 챙기는 데 대한 비판이 담겼다고 봐야 한다. 여론조사가 가장 중요한 잣대라면, 얼마 전 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 공동 여론조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한국인 83.8%가 반대했는데, 국민의힘은 왜 일본 정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가.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지난달 실시한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에서 시민들의 의원 정수 축소 의견은 토론 전 65%에서 토론 후 37%로 줄고, 확대 의견은 13%에서 33%로 늘어 엇비슷해졌다. 숙의와 토론을 거치면, 여론이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의원 정수 줄이기는 지난 2월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비례성·대표성 강화 방향과 맞지 않다. 의원 정수 자체를 줄이면, 공론조사에서도 토론 후 지지 여론이 높아진 비례대표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원 축소는 정치 신인과 소수당의 진입 장벽을 더 높이고,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선거제 개편을 요구하는 여론은 80%에 이른다. 국회는 지난 4월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고,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에 여야 의원 140여명이 참여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전원위원회 후 소위원회 구성은 무산됐고, 지난주부터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가동 중인 여야 2+2 협의체도 지지부진하다.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총선 1년 전인 지난 4월10일로 이미 두 달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의원 축소를 재론하고,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선거제 논의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선거제 개편 논의에 찬물을 끼얹고 답보 중인 협상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다. 국민의힘은 기득권이 보장되는 승자독식 선거제를 유지할 작정이 아니라면, 야당과의 진지한 협상을 통해 국회에서 선거 개혁을 책임있게 매듭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