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공기업에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사장으로 속속 취임하고 있다. 전문성을 의심받는 인사들이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자리를 꿰찬 것이다. 공공기관을 대선 승리 전리품으로 여기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이다.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이학재 전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 신임 사장에 윤석대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취임했다. 지난달엔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에 김용태 전 의원이 선임됐다.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에서 이 사장은 정무특보, 윤 사장은 비서실 정책위원, 김 회장은 정책기획본부장이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대선 캠프 탈원전 대책 및 신재생에너지 특별위원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정무특보 출신이다. 공석인 한전 사장직에도 캠프 특별고문을 지낸 김동철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고 한다. 대부분 해당기관 업무 경험이 없는 정치권 인사들이다. 경영 위기와 전기가스 요금이 급한 불이 된 에너지 공기업에 ‘보은 인사’가 줄 잇는 것도 볼썽사납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공기업 사장 임명 시 후보 공모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주무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을 거치도록 했다. 정치권 입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규정이지만, 실상은 내정자의 통과 절차에 그칠 때가 많다. 대통령이 인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최연혜 사장은 ‘전문성 부재’로 1차 면접에서 탈락했다가 석연치 않은 재공모 과정을 거쳐 가스공사 수장에 올랐고, 정용기 사장도 직무수행계획서에 기획재정부의 경영효율화 방안을 나열한 뒤 ‘효율’이라는 단어만 추가해 공사 내부에서 비판이 컸다고 한다.
경영 부실을 낳은 낙하산 사장의 폐해는 정권마다 반복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공공기관 낙하산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공언했고, 추경호 부총리는 “공기업 파티는 끝났다”고 공공기관 정상화와 혁신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래놓고 낙하산 인사의 악순환이 다시 도진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후 빈자리가 늘고, 여권에서 총선 공천 중에 내부 교통정리를 하다보면 낙하산 인사는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부실해진 공기업 피해는 국민 몫이 된다. 국민과의 대선 약속이 ‘내로남불’이나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인사의 책임성·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