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사드 철회’ 외치는 소성리 마을
“24시간 상시 측정 요구했는데 무시”
“전자파 측정 결과는 괴담·사기” 목소리
“이게 뭐라. 우리는 우짜라꼬….”
22일 오전 7시30분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 70가구 150여명이 사는 작은 산골짝 마을에서 백광순 할머니(80)가 서럽게 울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지로 통하는 길목을 막아선 백 할머니는 6년째 사드 철회를 외치고 있다.
이날도 오전 6시30분에 집회에 참여해 1시간 뒤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 당하던 참이었다. 360여차례 넘게 진행된 이 집회에서 늘 있었던 일이었지만 이날 할머니는 “왜 내 고향에 서 있는 나를 밀어내고, 미군만 들이려 하느냐”며 서럽게 울었다.
환경부는 지난달 11일 국방부 국방시설본부가 접수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전날 승인했다. 이 평가는 사드 정상 운용을 위한 마지막 단계다. 사실상 사드가 정식 배치된다는 것을 뜻한다.
백 할머니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정부가 발표한 전자파 측정 자료를 믿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공군과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자료를 검토한 결과, 측정 최댓값이 0.018870W/㎡로 인체보호기준(10W/㎡)의 530분의 1 수준(0.189%)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휴대전화 기지국보다 전자파가 낮은 수준이다.
백 할머니는 “전자파를 쏴가 이역만리에 있는 중국도 본다는 레이더를 갖다가, 휴대폰보다 낮게 나온다 카면 믿을 수 있겠나”라며 “나이 많은 늙은이가 고향서 살겠다는 것도 욕심이냐”며 울먹였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최대 2000㎞에 달한다.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김천 농소면 노곡리 박태정 이장(73)도 정부의 전자파 측정이 엉터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더가 전자파를 언제 쏠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상시 측정기를 달아서 측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그렇게 요구했는데 무시했다”며 “이번 전자파 측정 결과는 괴담이며 사기”라고 말했다.
정부의 전자파 측정 기준에 대한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드반대 단체와 주민 등이 연대한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사드 레이더의 출력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전자파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드 레이더에는 일반적인 탐색·감시(search·surveillance) 모드와 추적·측정(tracking·calibration) 모드가 있는데, 어떤 모드인지에 따라 전자파 출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그 근거로 2019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미연방 관보에 게재한 내용을 든다. 이 관보에는 사드 레이더가 탐색·감시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매우 짧은 시간 방출되지만, 추적·측정 모드에서는 전자파가 계속 노출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현욱 사드철회소성리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이번 전자파 측정값은 정부가 전자파를 측정할 때 미군이 사드 레이더를 켰는지, 껐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측정한 것”이라며 “켰다 하더라도, (예를 들어) 선풍기 바람 세기를 측정하면서 선풍기 모드가 ‘강’인지 ‘약’인지도 밝히지 않는 엉터리 결과”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전자파 측정 당시 사드 레이더의 모드와 방출되는 전자파 출력값에 대해서는 군사기밀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고 단체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철회평화회의는 22일 오후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경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파 측정은 1년 이상 상시 모니터링 측정 결과를 반영해야 하지만 4개월 만에 이뤄진 점, 사드 부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일반환경영향평가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기자회견에는 주민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또 주민들조차 알 수 없는 주민대표가 비공개로 선정돼 평가 항목을 결정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전반에 걸친 요식·형식·기만적인 행태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주민도 모르는 주민대표를 세워 불법적으로 배치한 사드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사드가 나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