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3년 임기만료 앞두고 단독인터뷰
감사원 추가 고발···“원장 감찰지시 직권남용”
“소명 응하겠다”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 시사

퇴임을 앞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59)이 22일 “권익위 감사결과보고서와 관련한 위법 행위에 대해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김영신 공직감찰본부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내일(23일)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퇴임을 앞두고 이날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이 중요한 권익위는 대통령이 정권 하수인처럼 다뤄서는 안 되는 기관”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사퇴 압박에도 3년 임기를 다 채웠다. 전 위원장은 퇴임 후 행보에 대해 “소명에 응하겠다”며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현 정권을 향해 거듭 “분노를 느꼈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퇴 압박 속 오는 27일 임기를 마치는 소회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자세로 1년을 견뎌왔다. 권익위의 독립성·중립성을 지키고 정권의 무도함에 저항했다. 이제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느낌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다른 정부 부처에서 권익위 예산이나 인력 배정을 협조해주지 않고 방해하려 했다. 뭘 못하게 하도록 용산(대통령실)에서 지시 내려오는 그런 게 어려웠다. 저를 사퇴시키기 위한 압박으로 대통령실과 정부 간 조율 시스템을 악용했다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
-대표적인 방해 사례는 뭔가.
“아직 윤석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 나중에 말하겠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직접 사퇴를 요구하진 않았나.
“그분들이 공개적으로는 다 (사퇴 요구) 메시지를 내셨는데 직접 전화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정무직이면 정권 교체에 맞춰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일반 부처라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권익위,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같이 독립성·중립성을 위해 법률에 임기가 정해져 있는 기관은 예외다. 권익위의 부패방지 총괄, 국민 고충처리 옴부즈만, 중앙행정심판 업무 모두 독립성·중립성을 요구한다. 국민 입장에서 일하며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와치독(감시견)’ 역할을 하는 기관이 권익위다. 대통령이 마음대로 입맛에 맞게 정권 하수인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기관장 신분과 임기를 보호해야 기관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가치를 위해 1년을 싸웠다.”
-조직 안정을 위해 자진 사퇴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정권과 집권 여당이 괴롭히면 고통을 받는 건 직원들이다. 직원들이 이런 압력이 무서워서 굴복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최전선에서 맞서 싸웠고 많은 직원들이 마음을 함께해줬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존경하고 굉장히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임기 논란을 해결할 제도적 방안은.
“정권이 바뀌었어도 법에 정해진 원칙대로 국민만 바라보며 똑같은 자세로 일했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했다는 이유로 물러나라는 건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것이라 꺾이지 않고 싸워야 한다. 그런 정의롭지 않은 행위를 보며 너무 화가 났다.”
-전 정부 출신인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면직됐다.
“한 위원장과 저는 정무직으로서 임기 원칙을 지키고자 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친하지는 않지만 동병상련과 이심전심을 느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얘기했던 법치주의와 공정, 상식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정말 분노를 느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의 권익위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윤중 기자
-감사원의 권익위 감사가 표적 감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유 사무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권익위 고위관계자 제보로 감사가 시작됐고 장관급 기관장에 대한 복무기강 감사는 제가 알기로 처음이다. (감사원은) 출장 가서도 오전 9시에 사무실 출근하지 않아 지각이라고 했는데 이는 다른 장관들에게 적용하지 않는 감사 기준이다. 이게 표적 감사가 아니고 뭔가.”
-왜 표적 감사를 했다고 보나.
“당연히 정권의 사퇴 압박이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 기관을 자임하는 감사원이 정권의 하수인처럼 행동 돌격대 역할을 한 것이다. 망신 주기 감사에 진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감사원 사무처가 문제가 있다며 감사위원회에 올린 9가지 쟁점이 다 불문, 무혐의로 결론 났다.”
-감사 결과 발표를 놓고 주심 감사위원과 감사원 사무처가 갈등 중이다.
“감사위원들이 권익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결과보고서 내용이 틀렸다며 수정하라고 했는데 사무처가 수정을 안 하고 주심 감사위원 결재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이건 허위공문서 작성이다. 최종 승인 권한은 감사위원들에게 있고 사무처는 이를 보조하는 집행기구에 불과하다. 사무처가 감사결과보고서를 승인하고 공개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초법적 발언이다. 그동안 무소불위의 불법적 권한을 마음대로 휘둘렀음을 이번 기회에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에 추가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감사원 표적 감사는 이미 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이번 감사결과보고서 발표와 관련한 감사원의 위법 행위를 내일 공수처에 추가 고발할 예정이다. 대상은 최 원장과 유 총장, 김 본부장 등이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감사원법 위반, 공문서위조,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적시할 것이다. 최 원장이 감사위원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는데, 범죄 행위를 덮고자 (감사위원들을) 겁박해 입막음하려는 의도 아닌가. 직권남용 소지가 있는지 법률 검토하고 고발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퇴임을 앞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권익위의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 조사는 성과를 낼지.
“초기에 약간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선관위가 조사에 충실히 협조해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권익위는 그 어떤 기관보다 공정하고 철저히 조사해 성과를 낼 거다. 감사결과보고서를 조작하는 감사원 사무처의 선관위 감사는 신뢰할 수 있겠나. 유 총장은 선관위 감사에서 손 떼야 한다.”
-후임 권익위원장에게 당부할 말은.
“어느 대통령이 임명하든 권익위원장은 정치적 독립과 중립을 수호해야 할 사명이 있다. 감사원처럼 정권의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는 얘기를 듣지 않는 당당한 권익위로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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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출마 계획은.
“당분간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 역사는 진실 편이라는 걸 목격한 당사자로서 국민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부름에 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