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은평구와 서대문구 일대에서 일명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 목격담이 쏟아지고 있다. 김지윤 기자
지난해 여름 수도권 서북권과 경기도 고양시에 대거 출몰하며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그들이 돌아왔다. 암수가 함께 붙어 다녀 일명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다.
러브버그는 겨우내 월동을 거쳐 애벌레 상태로 토양에서 생활하다 온·습도가 최적화되는 시기가 되면 성충으로 변화하는 우화의 과정을 겪는다. 성충이 된 이들은 일생일대의 짝짓기에 나서는데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시작하면 상대를 절대 놓지 않는 특징이 있다.
통상적으로 5월에서 6월 사이 활동을 시작하지만, 특히 지난해와 올해 ‘대량’ 목격담이 쏟아지는 이유는 날씨 탓이다. 건조함이 지속되다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러브버그들이 ‘때를 맞춰’ 한꺼번에 우화한 것이다.
은평구와 서대문구에 집중된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수풀, 낙엽 등을 좋아하는 러브버그가 이를 갖추고 있는 북한산을 마다할 리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김지윤 기자
유독 은평구와 서대문구 등에서 목격되는 데에는 지리적인 이유가 크다. 전문가들은 “수풀, 낙엽 등을 좋아하는 러브버그가 이를 갖추고 있는 북한산을 마다할 리 없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일각에서는 “이 지역에 대단지 아파트가 형성되며 공사장 등에서 발생한 나무 자재 등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파트 담벼락, 차량 보닛 위, 인근 가게 벽 등 빼곡하게 붙어 있는 것은 기본,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벌레의 공격에 시민들의 불만도 속출한다. 은평구에 따르면 하루 1~2건에 그쳤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지난 17~19일에만 500건을 넘을 정도로 급증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가 붙어 다니는 모양새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러브버그는 질병을 전파하거나 매개하는 해충이 아니다.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모기처럼 인간을 물지도 않는다. 오히려 나무와 낙엽을 분해해 토양으로 영양분을 전달하는 선한 역할을 한다.
러브 버그를 피하고 싶다면 약보다는 물을 뿌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김지윤 기자
일반적으로 러브버그의 성충 수컷은 3∼4일, 암컷은 일주일가량 생존한다. 한 번에 200∼300개 알을 낳지만, 생존율이 높지 않다. 햇빛에 노출되면 활동력이 저하되고, 짝짓기를 끝낸 뒤에는 자연 소멸한다.
러브버그를 피하고 싶다면 약보다는 물을 뿌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오래 비행을 하지 못하고 날개가 약해 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보건소는 창문과 유리 등 주요 출몰 지역에 물을 뿌리는 것을 제안했다. 은평구 보건소 역시 방역반에서 발생 근원지인 야산 인근 경계지역의 방역작업에 중점을 두며 주택가로 넘어오는 개체 수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살충제 등 화학적 해충 작업이 일시적인 제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멀리 내다봤을 때는 인간과 자연을 해치는 일”이라며 “우화 시기 전 낙엽 등을 치우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