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0명 중 1명이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 것으로 22일 여성가족부 ‘2022년 청소년 매체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국내 청소년층에 펜타닐이 이미 상당히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경우’가 94.9%에 달했다. 원칙대로라면 마약류 진통제는 의학적 근거 없이 10대에게 처방돼서는 안 되는 약이다. ‘다른 사람(성인)에게 얻어서’ 구매한 비율도 9.6%나 됐다.
‘좀비 마약’으로도 불리는 펜타닐은 모르핀보다 약효가 100배 강력하다. 원래는 암이나 수술 환자에게 쓰인다. 중추신경계 통증 전달을 억제해 쾌감을 유발하는데 잘못하면 인체의 엔도르핀 기능이 훼손된다. 단 1회 노출만으로도 중독성이 극심하다. 래퍼 윤병호는 펜타닐 중독 경험에 대해 “최악의 마약”이라며 “반송장이 된다. 철저하게 만들어놓은 지옥 같은 느낌이었다. 후유증 때문에 어금니 4개가 나갔다”고 말한 적 있다. 미국에서는 청년층 사망원인 1위가 펜타닐일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다. 과다투약하면 호흡 정지로 숨진다. 미국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이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를 단속하라며 중국 정부와 ‘21세기판 아편전쟁’ 갈등을 빚기도 했다.
청소년기 약물 문제가 심각한 것은 성장기에 뇌가 약물에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에는 본드나 부탄가스 흡입이 초등학생으로까지 번져 큰 문제였는데, 지용성 성분이 지방이 많은 뇌세포를 파괴해 언어장애·근육경련·기억력 상실 등을 일으켰다. 후유증은 평생이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청소년 약물 문제는 2020년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알음알음 번져 다시 심각해진 양상이다. 청소년 마약사범이 10년 새 10배 넘게 증가했다. 일부 병원은 돈 벌려고 마약류 처방약을 함부로 내주면서 합법적 마약상이나 다름없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과거 ‘본드’ 남용 문제는 학교 주변 유해환경을 관리해서 뿌리를 뽑았다. 이번 펜타닐 문제는 온라인 유해환경을 샅샅이 감독해야 하는 터라 쉽지 않다. 학교에서는 실효성 있는 마약 예방교육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실수로 마약에 손댄 아이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치료 기회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