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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여파 ‘디폴트 도미노’ 오나

입력 2023.06.22 22:29

수정 2023.06.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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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시한폭탄’ 우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저소득 국가, 물가와 금리 치솟자 나랏빚 크게 늘어
디폴트 위기 국가는 50여곳, 중국에 빚진 경우 많아…G20·유엔 등 대책 논의

코로나19 대유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나라들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세계의 국경이 닫히고 공급망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물가와 금리까지 치솟자 저소득 국가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설상가상 세계의 원조와 지원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신흥국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세계 경제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세계의 관심은 낮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선언 3일 만에 구제금융을 받은 반면 잠비아는 3년이 넘도록 채무재조정 협상을 기다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중저소득 50여개국 재정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세계가 협력해서 손을 쓰지 않으면 부채 도미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020년 이후 정부가 외채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가 14번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2000~2019년 디폴트가 19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2020년 3월 레바논이 가장 먼저 디폴트에 빠졌고, 아르헨티나도 그해 5월 디폴트 선언을 하며 아르헨티나 역사상 ‘아홉 번째 디폴트’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같은 해 11월 잠비아가 팬데믹 국면에서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디폴트를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스리랑카가 1948년 건국 이래 처음으로 채무를 갚지 못하고 디폴트에 빠졌다. 피치는 이외에도 러시아, 벨리즈, 가나, 에콰도르 등이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놓였다고 봤다.

문제는 디폴트 상황에 처하는 국가들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기준 41개국을 부채 수준 심각으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불평등 해소를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 ‘부채정의’는 2023년 현재 디폴트 위기 국가가 54개국으로, 2015년 22개국에 비해 두 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부채정의’는 이미 부채 위기에 처해 있던 글로벌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가 팬데믹을 거치며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디폴트에 빠졌거나 디폴트 직전에 있는 나라들이 구제를 받기는 쉽지 않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22년까지 최빈국 74개국이 갚아야 할 채무 규모는 350억달러(약 45조원)에 달했다. 이 중 40% 이상이 중국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인데, 중국 국유 금융사는 주로 변동금리 대출을 적용한다. 금리가 오르자 저소득 국가들의 상환 부담은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IMF 등이 내놓은 협상안을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구제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스리랑카는 부채 약 71억달러 중 가장 많은 30억달러를 중국에서 빌려왔다. 지난해 디폴트 선언을 했지만 올해 3월에야 중국과 국가부채 조정에 합의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 WB 등의 지원안도 올봄에야 이뤄졌다.

잠비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중국으로부터 66억달러를 빌렸다가 디폴트에 빠졌지만 협상은 3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포린폴리시는 “잠비아가 디폴트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3년 넘게 소요되고 있지만, 파산한 미국 SVB의 긴급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3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사우스를 향한 관심과 지원이 크게 줄었다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위험을 감지하고 해결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22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새로운 세계금융협정’ 회의가 열린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20개국(G20), IMF, WB, 유엔 등의 고위급 인사들이 모여 저소득 국가의 부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할 계획이다. 리창 중국 총리도 참석할 것으로 보여 중국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디폴트 위기 국가들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자금 마련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반구 국가들이 개도국과 신흥국의 부채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기후변화 등 인류 공동 문제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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