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본에 다녀왔다. 왜 이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시국에 일본을 갔냐고 물으신다면, 전체 주민이 재활용품을 45종류로 분리배출을 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내가 찾아간 가미카쓰는 일본 최초의 쓰레기 없는 마을로, 약 20년 전 재활용품을 23종으로 분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45종까지 확대했다. 이곳에서는 주민들이 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우며 셀프로 처리했는데, 점점 쓰레기양도 늘고 태우기 위험한 쓰레기도 많아져 다른 방법으로 돌아섰다. 바로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한 곳에 모두 쓰레기를 던져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가미카쓰판 ‘쓰레기 산’이 생길 무렵 간이 소각장치가 들어선다.
그러나 허술한 소각로로는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 유해물질인 다이옥신을 제거할 수 없었다. 결국 가미카쓰는 정식 소각장을 신설할지 말지 기로에 선다. 그때가 20년 전인 2003년이었다. 이들은 ‘제로 웨이스트’란 말도 없던 시절 20년 후 자기네 마을이 제로 웨이스트의 성지가 될 것이라는 꿈이나 야망도 없이, 쓰레기 투기 장소를 쓰레기 제로 센터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시에서는 주민들을 찾아가 설득했고, 끝까지 반대하는 주민의 경우 옆집 이웃이 대신 분리배출을 해주겠다고 나섰다. 현재 가미카쓰 마을은 재활용률 80%에 이르고, 쓰레기 처리비용은 60%나 줄였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골에 연간 50명 이상 젊은 세대가 이주하고, ‘쓰레기 덕후’들의 성지가 돼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나는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마을택시를 이용했고, 마을에서 버려진 500개의 유리 창문으로 지은 제로 웨이스트 숙소에 묵었다.
가미카쓰에서 45종으로 물건을 세세하게 분류하는 이유는 쓰레기를 제대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다. 수거용품별로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실제 경제적 이득이 되는지 재활용에 드는 비용이 더 많은지 1㎏당 입출금 내역을 써놓는다. 하지만 이토록 분리배출을 해도 운송비와 작업비를 고려하면 45종 중 실제 돈이 되는 품목은 캔과 고철, 일부 종이류밖에 없다. 재활용이 잘된다고 알려진 투명 페트병도 운송비를 빼고 나면 들어오는 돈이 없다고 한다.
환경 관련서 <물건 이야기>의 저자 애니 레너드는 “재활용은 물건에 대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지,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이야기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재활용에 집중된다. 자원순환과 재활용은 도쿄와 교토처럼 동의어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자원순환을 재활용으로만 여긴다. 가미카쓰의 가장 멋진 점은 물고기 알처럼 다양한 분리배출보다는 쓰레기 전체 배출량을 절반이나 줄였고, 그로 인해 20년 동안 소각장을 짓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재활용은 거절하기, 리필, 재사용 다음에 해야 할 마지막 일이다.
내가 사는 서울 마포구는 신설 소각장 문제로 시끄럽다. 2026년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서울에는 하루 1000t의 쓰레기를 태울 소각장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20년의 시간이 있다면 소각장을 짓지 않겠지만 앞으로 고작 3년 남았다. 소각장을 지어야만 한다면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지금 여기에 우리만의 가미카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