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9급 공채 경쟁률 낮아지고
근수 연수 적은 공무원 이탈 늘어
‘희망 전보제’ 등 인센티브 제공
‘생소한 용어가 많이 나오고, 어떤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이 생길 겁니다. (중략) 선배의 공직생활 노하우를 참고하면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강원 평창군이 신규 직원들의 공직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제작해 오는 7월까지 배포하기로 한 <신규 공무원 길라잡이 : 공직생활 적응 편> 앞머리에 나오는 글 일부분이다.
평창군의 업무혁신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직원 10명이 참여해 만든 45페이지 분량의 이 책자는 ‘마음가짐’ ‘나의 성장’ ‘보수와 수당’ ‘휴가와 근무 시간’ ‘공직 적응 노하우’ 등 모두 5편으로 구성돼 있다.
보수와 수당 편엔 ‘올해 9급(1호봉)으로 임용된 지방공무원의 월 보수는 최소 236만원(연 2831만원)이고, 5년 후 8급 승진을 가정해 받게 되는 예상 보수는 347만원(연 4166만원, 5년간 기본급 인상률 2.6% 반영) 수준이란 내용과 함께 각종 수당까지 고려하면 실제 받는 보수는 해당 금액을 웃돈다는 세부 설명까지 달려있다.
신입 공무원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복무·승진제도는 물론 보직·성과관리 등 공직 생활 노하우가 모두 담겨 있는 셈이다. 평창군은 올해 하반기에는 신규 공무원이 어려워하는 분야의 서식과 매뉴얼도 차례대로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평창군과 같은 기초자치단체가 새내기 공무원을 각별하게 챙기기 시작한 것은 해마다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하락하는 데다 신규 직원들의 사직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심재국 평창군수가 책자 배포에 앞서 “신입 공무원이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원도 지방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2013년 16.7대 1에서 2019년 9.52대 1, 2022년 8.85대 1로 최근 크게 떨어졌다. 29개 직렬 894명을 선발하는 올해 지방공무원 시험엔 6657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7.45대 1에 그쳤다. 평균 응시율(75.7%)을 고려한 실제 경쟁률은 5.64대 1로 더 낮다.
근무 연수가 적은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강원도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여간 도청과 18개 시·군 ‘1~10년 차 미만 직원’의 의원면직 사례를 파악한 결과 모두 797명이 공직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128명, 2020년 160명, 2021년 186명, 2022년 219명 등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올해에도 벌써 104명의 젊은 공무원들이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30대 초반의 강원도 지방공무원인 A씨는 “일반 기업과 비교해 연봉이 적은 데다 공무원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지고 받는 금액마저 줄어들면서 젊은 공무원들의 의욕이 많이 꺾인 것도 사실이다”며 “사직을 고민 중인 신규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시·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평균 경쟁률은 10.7대 1에 그쳤다. 선발예정 인원이 2019년 이후 가장 적었지만 경쟁률은 예년 수준이었다. 특히 충남은 6.8대 1로 최저경쟁률을 기록했다.
충남도도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로 고민하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의원면직한 10년 차 미만 직원은 76명에 달한다. 2019년 10명, 2020년 19명, 2021년 15명, 2022년 26명에 이어 올해 6명이 사표를 냈다.
자치단체들은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함명준 강원 고성군수는 지난달 16일 8급 공무원 35명과 함께 통일전망대 시설을 견학한 후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고성군은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4월부터 7급 이하 공무원 323명과 차례로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춘천시는 지난 4월 1일 시청 광장에 새내기 공무원 53명이 참여해 나무 심기 행사를 진행했다. 자긍심을 높여주려는 취지로 각 나무에 새내기 공무원의 이름표도 달았다. 이후 시장·부시장이 새내기 공무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충남도는 새내기 공무원을 주요 부서에 우선 배치해 업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고, 인사 대상자 의사를 적극 반영하는 ‘희망 전보제‘를 운영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기적으로 새내기 공무원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젊은 공무원들은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개최하는 것보다 처우를 개선하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탈피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력 운용 권한은 각 지자체에 있어 세부사항을 모두 행안부가 관리하기는 어렵다”며 “인사혁신처·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공무원의 처우개선 문제를 협의해 나가면서 신규공무원들이 공직사회에 잘 적응하고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