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한 장마철 침수대책, 작년 참사 재발 막을 수 있겠나

일요일 제주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다음날 중부지방까지 전국이 장마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보됐다. 올해 장마는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강력한 슈퍼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강우량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불과 1년 전 폭우로 심각한 재난을 겪고도 대비가 허술해 우려가 크다.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에서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발달장애인 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뒤 정부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이행 실적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물막이판 설치 대상인 반지하 주택 1만5290가구 중 설치가 끝난 곳은 4855가구(32%)에 그친다. 3곳 중 2곳은 물막이판 없이 무방비로 장마철을 맞을 판이다. 지상 이주 방안은 말잔치로 끝났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반지하 주택을 공공임대로 매입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상 기준을 ‘준공 20년 이내’로 제한해 10채 중 9채는 제외됐고, 그나마 관련 예산도 지난해 말 국회에서 삭감됐다. 지난해 수해 이후 서울시가 ‘반지하 탈출’ 대책을 내놨지만, 지상으로 옮긴 가구는 전체 반지하 가구의 1%에 못 미쳤다. 서울시에서만 약 20만가구가 반지하에서 여름을 나야 한다.

도로와 하천도 여전히 위험하다. 저지대인 서울 강남역 일대는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물바다가 되며 3명이 사망하고 1만대 넘는 차량이 침수됐지만, 공사 중인 대심도 빗물터널은 빨라도 2027년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당시 범람하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 7명이 숨진 포항 냉천의 정비공사도 2025년에 완료된다. 기후재난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협받고 있는데, 정부의 방재대책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상청이 재난문자를 직접 발송하도록 하고,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물막이판 설치를 서두르겠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 1년간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취약계층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정부가 기후대응 정책과 예산에 소극적일수록 더 많은 약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침수방지에 철저히 대비해 인명피해를 막고, 중장기적으로는 지자체에 국비를 지원해 재해대응 인프라를 적극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얼렁뚱땅 운에 맡기는 식으로 기후재난에 대응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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