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다녀온 강은미 “일본 의원·전문가도 오염수 해양투기 말고 다른 방법 주장”

김윤나영 기자

[스팟+터뷰]“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 있고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에서 5번째), 강은미(6번째)·이은주 의원(8번째)이 지난 23일 일본 후쿠시마의 한 호텔에서 방사능 연구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의당 제공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에서 5번째), 강은미(6번째)·이은주 의원(8번째)이 지난 23일 일본 후쿠시마의 한 호텔에서 방사능 연구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의당 제공

일본 후쿠시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25일 “일본 야당 의원들과 전문가들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이 해양투기 말고 여러 가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에 오염수 탱크를 둘 공간이 더 있고 원전 폐로를 위해 마련한 부지도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사람이 안 사는 곳이 많으니 후쿠시마 지방정부가 그 주변 일부 땅을 수용해서 원전 바깥에도 오염수를 보관할 수 있다더라”라고 전했다.

강 의원은 “일본 의회도 도쿄전력이 밝힌 64개 핵종 이외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있는 나머지 핵종의 방사능 총량을 모른다”며 “방사능 총량을 확인하기 전까지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면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강 의원은 일본 사회민주당 초청으로 지난 22일부터 2박3일간 일본을 방문했다. 강 의원은 ‘원전제로 재생에너지 100 의원모임’ 소속 일본 야당 의원들을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를 위한 국제연대를 모색했다. 일본 시민단체·전문가 간담회에 연이어 참석한 뒤 후쿠시마 원전 부지도 둘러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을 방문한 소감은.

“일본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광범위하게 ‘더는 핵발전소는 안 된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더라. 특히 일본 어민단체가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장 피해를 볼 수 있는 한국도 찬성하는데, 우리가 반대해서 될까’라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는데, 한국 정부 입장과 시민의 입장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를 둘러보니 어떻던가.

“(피폭 위험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방진 조끼를 입고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봤다. 일본 야당 의원들과 전문가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방법이 해양투기 말고 여러 가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도쿄전력은 ‘더는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바다에 버린다’고 했는데, 후쿠시마 원전 부지 안에 오염수 탱크를 둘 공간이 더 있고 원전 폐로를 위해 마련한 부지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사람이 안 사는 곳이 많으니 후쿠시마 지방정부가 그 주변 일부 땅을 수용해서 원전 바깥에도 오염수를 보관할 수 있다더라. 해양 방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법적인 문제가 있다.”

-불법적인 문제란.

“국제법, 일본 국내법,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 처리 지침, 도쿄전력 약속 위반 의혹 등이다. 일례로 해양쓰레기를 바다에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국제협약이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이므로 희석해서 버려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오염수를 핵쓰레기라고 본다면 국제협약 위반인지 다퉈볼 여지가 있다. 게다가 도쿄전력이 (지역 어민 등) 관계자들의 이해를 얻지 않고서는 방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일본 정부는 7월 이후 방류 방침을 시사했다.

“안전성을 확인할 때까지 방류를 미뤄야 한다. 우리가 처음에 석면의 위험성을 잘 모르고 주택 단열재로 썼다가 나중에 암 유병률이 늘어나니 이제 안 쓰지 않나.”

-한국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처리수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사능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이 지난 2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대한 실시계획 변경 인가를 신청하면서 측정 평가대상에 기존 64개 핵종 외에 5개 핵종을 새로 추가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그 5개 핵종을 처리할 수 있냐’고 문의했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핵종이 몇백 개 있는데 그 핵종 하나하나의 방사능이 기준치 이내로 검출됐더라도, 각 핵종의 방사능 총량을 합치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인 조사가 안 됐다. 일본 의원들도 도쿄전력이 자료를 밝히지 않아 전체 핵종 총량을 알지 못한다더라. 게다가 정상 가동하는 원전보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서 훨씬 더 많은 핵종이 들어있기에 다르다. 정상 원전에서는 냉각수가 핵연료를 감싸는 봉에 간접적으로 닿지만, 후쿠시마 오염수는 사고로 연료봉이 녹았기 때문에 오염수가 핵연료에 직접 닿았다.”

-일본 의원들은 뭐라고 말했나.

“아베 토모코 입헌민주당 의원이 간담회에서 우리에게 제일 처음 한 말이 ‘미안하다’였다. ‘일본 오염수 문제에 대해 일본 의원들이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일본에 방문하게 해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더라. 아베 의원은 도쿄전력이 계획에서 밝힌 30년보다 더 긴 기간 방류할 수 있다면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건 방류가 아니라 폐기’라고 비판하면서 콘크리트를 만드는 방식, 후쿠시마 내 보관 등 해양 방류가 아닌 방법을 찾자고 제안했다. 오츠바키 유코 사회민주당 의원도 ‘오염수를 방류하면 일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가 피해를 입는데 미안하게 생각한다. 바다는 일본만의 바다가 아니다. 방류 저지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앞으로 계획은.

“일본 의원 측에 국제연대를 하자고 제안했고, 일본 ‘원전 제로 재생에너지 100 의원모임’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일본 시민사회단체와 의원들과 연대해서 반드시 막아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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