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일 건설현장 수사가 남긴 것, ‘건폭 혐오’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8일부터 200일간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148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그중 132명을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현재 505건, 3884명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나 수사 중이라면서 특별단속 기간을 8월14일까지 50일 연장하기로 했다. 건설노조를 향한 무리하고 강압적인 수사로 비판을 사고, 이에 항의해 노동자가 분신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대응 기조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경찰이 이 부문의 특진 인원을 50명에서 90명으로 대폭 늘린 것이 그 징표일 수 있다.

경찰은 이번 단속 결과 전임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불법 사례가 3분의 2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월 중간 발표 때보다 송치 인원은 14배, 구속 인원은 4배 늘었다는 실적도 덧붙였다. 단속 종료를 앞두고 검거된 사람이 급증한 것은 경찰에서 대대적인 실적·특진 경쟁이 벌어졌음을 방증한다. 건설노조는 조합원들에 대해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비율은 47%에 그쳤다고 밝혔다. 누구든 털고 가두겠다는 식으로 영장 청구를 남발하다 줄줄이 기각된 것도 경찰 수사에 무리가 많았음을 입증한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에 항의해 분신한 건설노동자 양회동씨의 비극도 경찰의 강압 수사와 떼어놓을 수 없다. 경찰은 양씨가 건설노조 간부로서 정당하게 한 교섭활동을 불법으로 매도해 ‘공동 공갈’이라는 혐의를 씌웠다. 그러나 경찰이 피해자로 지목한 건설업체 4곳 중 2곳이 양씨에게 협박당한 적 없고, 그런 진술을 한 적도 없다고 항의하며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최근엔 다른 업체 한 곳도 처벌불원서를 써주기로 약속했었다며 경찰이 피해 진술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런데도 윤희근 경찰청장은 무리한 수사가 아니라고 한다.

200일간의 ‘특별단속’에서, 경찰은 ‘건폭’으로 지칭한 대통령 말에 따라 건설현장의 구조적 불법행위를 폭력행위로 간주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나아가 정당한 활동을 하는 노조마저 불법·폭력배·범죄 집단화하며 혐오를 키웠다. 용납될 수 없다. 토끼몰이식 수사로 혐의를 덧씌우고 꿰맞추기식 수사를 하는 것은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일과 상관없다. 정부의 반노조 정책에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것뿐이다. 안전하고 상식적인 건설현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노동을 홀대·탄압하는 단속은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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