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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자유는 무너지는가

입력 2023.06.26 03:00

수정 2023.06.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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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이 정권은 일시적 여론몰이로 시도

미 정치학자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권력의 이런 일시적 여론몰이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고 경고

1859년, 지금은 자유주의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교과서가 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 출간됐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은 <On Liberty>인데, 밀은 머리말에서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권력의 남용을 우려한 사람들이 그 힘의 한계를 규정하고자 했는데 “이렇게 권력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것을 바로 ‘liberty’라고 불렀다”고 밝힌다. 이에 더하여 공권력에 “좀 더 완벽하게 제한을 가하는 것이 자유를 찬미하는 사람들의 목표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공권력이 함부로 권력을 행사해선 안 되는 자유가 있다는 의미이다.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밀은 아주 구체적으로 그런 자유의 내용을 규정하는데, 그 첫 번째가 내면 의식의 영역으로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가 해당된다. 표현할 수 없는 양심, 생각, 감정, 의견, 주장은 사실상 없는 자유나 마찬가지이므로 토론과 논쟁의 자유, 표현 및 출판의 자유는 당연히 따라온다. 정치적으론 이를 표명할 수 있는 결사의 자유까지 필수적이다.

20세기 이후의 민주주의는 구성원들이 가진 양심, 생각, 감정, 의견, 주장을 표명하는 방식으로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까지 온전히 보장한다. 이 중 출판과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자연스럽게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밀은 19세기에 “출판의 자유가 정부의 타락이나 전횡을 막아주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라는 사실을 굳이 강조해야 하는 때는 이미 지났다”고 말한다. 제도적으로 볼 때 이와 같이 권력을 견제하는 자유의 핵심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에 있다. 허가제는 그 자체로 검열과 금지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재자들일수록 교묘하게 이런 자유를 통제한다.

예를 들어, 유신헌법은 제18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겉으로는 이 모든 자유를 보장한 듯이 보이지만, ‘법률로는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규정에 숨어 있는 핵심이다.

쉽게 말해 법률로 허가제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행 헌법과 비교해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행 헌법은 제21조에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허가제를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다.

권력의 허가가 필요 없는 이러한 자유는 20세기 중반부터 한 나라의 민주주의의 수준을 측정하는 기본적 지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견고하게 지속할 것만 같던 이 모든 자유가 21세기 들어 세계 곳곳의 민주정체에서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등장하며 위협받고 있다. 그 시작에 미국이 있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자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썼다. 여기서 두 저자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전제주의적 행동을 가리키는 네 가지 주요 신호’를 제시하는데, 그중 네 번째가 “언론 및 정치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이다.

네 번째 성향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첫째, 명예훼손과 비방 및 집회를 금지하거나 정부 및 정치조직을 비난하는 등 시민의 자유권을 억압하는 법률이나 정책을 지지한 적이 있는가? 둘째, 상대 정당, 시민단체,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는가? 셋째, 과거에 혹은 다른 나라의 정부가 행한 억압 행위를 칭찬한 적이 있는가?

문제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 모든 항목에 해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현재 대통령실 국민제안 사이트에는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라는 제목으로 안건이 올라와 있다. 제목이 그대로 보여주듯이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두 번이나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10~17시 이외의 집회 금지까지 추진하고 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오랜 세월을 통해 민주정체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합의한 가장 기본적 자유’에 대한 제한을 ‘일시적 여론몰이’를 통해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권력의 이런 일시적 여론몰이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고 경고한다. 밀 역시 여론몰이를 통해 자유를 제한하는 시도를 두고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여론을 빌려 자유를 구속한다면 그것은 여론에 반해 자유를 구속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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