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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사라진 2023년의 지방의회

입력 2023.06.27 03:00

수정 2023.06.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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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의 악역들 중 한 명은 외상센터 지원예산을 결정하는 도의원이다. 이 도의원은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이 병원에서 죽자 예산을 빌미로 협박하고, 이후 사고현장과 병원에서도 구급대원과 의료진을 괴롭히는 악역을 맡았다. 그리고 외상센터보다 관광지 건설사업을 추진해서 자신의 정치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내 비난을 받았다.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실제 현실로 따지면 이런 역할은 도의원이 아니라 도지사의 몫이다. 건설사업의 추진과 예산편성에 관한 권한은 지방의원이 아니라 단체장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의원이 그런 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드라마의 배경인 강원도의회만 봐도 도의원 총원이 49명이라 한 명의 영향력이 강하기 어렵다. 물론 지방의회에 이런 악역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동네 의회 방청기

얼마 전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방의회 회의를 방청했다. 회의 방청은 지방자치법에서 보장된 주민의 권리임에도 실제로 지방의회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방청객들이 오랜만에 찾아와서인지 의회 사무국은 순식간에 분주해졌고, 회의가 열리는 장소에서 대기하던 공무원들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마치 불청객이 된 듯한 불편함도 생겼지만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예비비 지출과 지난해에 진행된 사업들의 결산을 승인하는 자리라 지방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했다. 인구 5만명의 크지 않은 군이지만 지난해 결산액이 7000억원을 훌쩍 넘겼으니 적지 않은 돈이다. 그리고 농촌의 가구소득이 도시보다 훨씬 낮고 고령화된 인구가 많아 군청의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두 시간 남짓 지켜봤던 회의의 내용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난 한 해 사용한 돈의 승인을 받으면서도 군청은 사업의 성과를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보직이 바뀐 공무원들은 사업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형식적인 사업설명은 지역의 위기감이 반영되지 않았다. 군청의 이런 태도를 지적하는 의원도 있었지만 의원들의 모습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사업에 대한 질문은 날카롭지 못했고, 결산 자리임에도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도 보이지 않았다. 각 과를 돌아가며 심의할 때 질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회의가 끝날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의원도 있었다. 긴장감은 방청하는 주민들에게만 있었다. 이렇게 지방의회가 맹탕이니 군청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동네에 제대로 된 공공병원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소망은 지난 선거 때 주민제안 공약으로 후보들에게 제안되었고, 현 단체장과 지방의원 다수가 추진하겠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논의는 진전이 없고, 대의민주주의라고 말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대의할 정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낭만의원은 없다

1991년에 기초·광역의원 선거가 실시되었으니 지방의회가 부활된 지 32년이나 지났다. 서른 살을 일컫는 이립(而立)의 시기를 지난 셈인데 여전히 그 기초가 허술하다. 이번달에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시민들과 함께 전국 243개 광역 및 기초의원들의 직업, 학력, 경력 등의 자료를 수집해서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했다.

시민들은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서 지방의원들이 활동과정에서 특혜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지를 감시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탓만 하지 말고 이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정치에 개입해야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 김사부는 낭만이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 알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꼭 지켜줬으면 하는 아름다운 가치들”을 매일 마주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와 비슷하게 민주주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꼭 지켜주길 바라는 정의로운 가치’이다.

누가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도 낭만정치인이 필요할까? 지금은 낭만시민들이 있어야 낭만정치인도 출현할 수 있다. 일단 지방의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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