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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의 자리

입력 2023.06.27 03:00

최근 온·오프라인 공간에선 독서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처음은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하여 독서를 많이 하라는 한 소설가의 칼럼 때문이었다. 그 칼럼은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과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 두 부류 모두를 자극하고 독서에 대한 담론에 한몫 거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러일으켰다. 한동안 각종 칼럼부터 인터넷 SNS 곳곳엔 저마다의 독서론을 설파하는 논객들이 넘쳐났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이융희 문화연구자

나 역시 문학을 전공해 글밥을 먹고 출판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보니 일련의 독서 논쟁에 흥미가 일어 꾸준히 살폈는데 보면 볼수록 한 가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독서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기저엔 독서하는/독서하지 않는 ‘나’의 모습만 나올 뿐, 그 독서를 만들어내는 ‘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서한다는 사람들은 저마다 독서가 얼마나 유용한지 이야기하기 위해 ‘유용할 것만 같은’ 책을 이야기했고,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독서라는 게 허세에 불과하다며 ‘허세를 떠는’ 책을 이야기하는 데 급급했으며 책이 무슨 깊이가 있냐고, 삶에서 만나는 작은 순간이 아름답다는 사람은 그런 삶보다 ‘얕은 책’만을 의도적으로 상정한다.

그들 모두는 독서라는 행위를 논평하기 위해 거대한 출판시장의 아주 작은 일부분을 가져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결과 그들의 주관적 논평들은 손쉽게 모든 ‘책’이나 ‘지식’이 특정한 형식이나 내용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일반화되고 만다. 그렇다고 이 글을 “그렇지 않은 책도 있어요!”라며 단순한 투정이나 하기 위해 쓴 건 아니다. 단지 잠깐의 시간만이라도 논의의 중심을 독서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책’이라는 물질을 시장에 만들어내는 출판 쪽으로 잠깐 옮겨보자고 제안하고 싶을 뿐.

출판시장은 다양한 시간이 얽혀 이루어지는 중심지이자 하나의 생명이다. 과거의 지식을 재생산하기도 하고, 현대의 사건을 목격하기도 하며, 저자의 몸을 통해 우주를 재현하며 동시에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대비한다. 얼핏 보면 수많은 시간대와 지식이 무분별하게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을 이루는 책들을 모아보면 뚜렷한 공통의식이 존재한다. 바로 인간을 향한다는 점이다. 결국 책은 과거 인간의 삶을 재현하느냐, 현재 인간의 삶을 주목하느냐, 아니면 미래 인간의 삶을 예측하느냐로 나눠진다. 그렇기에 출판인들은 언제나 인간을 향해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던질 것인지 끝없이 고민한다. 세상에 고민과 의미 없이 만들어진 책은 없다. 단지 그 의도가 실패한 책들이 있을 뿐.

결국 출판의 입장에선 이번 논쟁은 자의식 가득한 독서가들이 정작 책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하지 않은 채 독서하는 나와 독서하지 않는 나를 끝없이 전시해 과장된 의미를 만들려고 한 촌극에 다름 아닌 셈이다. 독서가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면 그 안에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책과 그 책을 만들어내기 위한 사람들의 노고가 있을 것이다. 또, 독서가 의미 없다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을 담은 책들이 이미 출판돼 있다. 그저 목격되지 않을 뿐. 지면과 네트워크를 통해 과잉된 딜레탕트들이 강박적으로 말할 때 출판인들은 지금도 작은 의미 하나를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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