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귀엽거나 아주 황당한 ‘웨스 앤더슨 월드’···‘애스터로이드 시티’

오경민 기자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1955년 가상의 사막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1955년 가상의 사막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배경으로 한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온 웨스 앤더슨이 관객을 또 다른 세계로 초대한다. 이번엔 1955년, 가상의 사막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향한다. 앤더슨 특유의 색감 덕분에 사막이지만 쾌적해 보이는 기묘한 곳이다.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종군 사진기자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왈츠먼)이 이곳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그는 첫아들 우드로(제이크 리안)와 함께 ‘소행성의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왔다. 최근 사망한 아내의 유골, 그리고 세 딸을 차에 태우고서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고장나면서 발이 묶인다. 그는 장인 스탠리 잭(톰 행크스)에게 도움을 청한다. 영화배우 밋지 캠벨(스칼릿 조핸슨)과 딸 다이나(그레이스 에드워드)를 비롯해 아이들과 함께 온 이들, 그리고 손주를 데리러 온 잭까지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모인다. 운석이 떨어진 것을 기념하는 ‘소행성의날’.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마주한다. 놀란 것도 잠시, 정부가 도시를 봉쇄한다. 사람들은 이곳에 갇혀 서로와 접촉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극작가 콘래드 어프(에드워드 노턴)가 쓴 연극이다. 영화는 액자식으로 구성됐다. 오기 스틴벡은 사실 배우 존스 홀이다. 앤더슨은 연극 안 세상에 더 무게를 둔다. 연극 내부이자 상상 속 세계가 더 다채롭고 풍성하다. 실제 세계는 좁은 흑백 화면으로 표현됐다. 앤더슨 특유의 절제된 대사와 모든 것이 설계된 듯한 인물들의 동작은 연극 바깥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연극 바깥이 더 연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연극 바깥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연극 바깥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가 조소하고 비판하는 대상은 분명하지만 그 외 맥락은 은근해서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영화는 모든 것을 설명할 생각이 없다. 연극에 참여하는 배우조차 “왜 스틴벡은 이 장면에서 손을 데이는 거야? 이 연극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일지라도 특정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아주 귀엽거나 아주 황당한 장면들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제작진은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구현하기 위해 스페인 친촌 외곽 지역에 축구장만 한 크기의 세트장을 마련했다. 사방으로 사막이 펼쳐진 곳 위에 식당, 차고, 모텔 건물 등을 지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바위, 산, 암석은 CG가 아니라 직접 만들어낸 것이다. CG를 위해 그린스크린을 사용한 장면은 거의 없다고 한다.

앤더슨의 영화를 지켜봐온 관객이라면 익숙할 배우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톰 행크스, 스칼릿 조핸슨 등이 새로이 참여했고, 마고 로비도 얼굴을 비춘다. ‘앤더슨다운’ 스타일은 물론 담보됐다. 영화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상영시간 105분. 28일 개봉.

<애스터로이드 시티> 연극 속 화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애스터로이드 시티> 연극 속 화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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