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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하고 친구살렸개”…13마리 헌혈영웅견 명예롭게 은퇴합니다

입력 2023.06.27 16:37

수정 2023.06.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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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넘은 헌혈 봉사 반려견들 은퇴

한 마리 헌혈로 소형견 4마리 살려

지난 26일 아임도그너 센터에서 헌혈영웅견 은퇴식이 열렸다. 김송이 기자

지난 26일 아임도그너 센터에서 헌혈영웅견 은퇴식이 열렸다. 김송이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부속 동물병원 아임도그너 헌혈센터. “고마워요, 헌혈영웅!”이라고 적힌 포스터 앞에 대형견 10여 마리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모였다. 황금빛 털을 자랑하는 골든 리트리버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친구들과 쉴새 없이 인사를 나누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점잖게 자리를 지키던 잉글리쉬 쉽독까지. 이들은 생김새도, 성격도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자랑스러운 공통점이 있다. 헌혈로 다른 생명을 살린 경험이 있는 강아지라는 점이다.

이날 아임도그너 센터에선 ‘제1회 헌혈영웅견 은퇴식’이 열렸다. 강아지 헌혈은 2살부터 8살 사이, 몸무게 25㎏ 이상의 대형견만 할 수 있다. 2020년부터 헌혈 자원봉사에 참여한 이 반려견들은 나이가 8살보다 많아져 은퇴하게 됐다.

헌혈영웅견 ‘복구’와 보호자들이 헌혈견 은퇴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복구는 헌혈에 세 번 참여했다. 김송이 기자

헌혈영웅견 ‘복구’와 보호자들이 헌혈견 은퇴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복구는 헌혈에 세 번 참여했다. 김송이 기자

지난 26일 헌혈영웅견 ‘큰힘’과 보호자들이 헌혈견 은퇴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지난 26일 헌혈영웅견 ‘큰힘’과 보호자들이 헌혈견 은퇴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은퇴 기념 메달 수여식에 앞서 한현정 센터장은 은퇴견 13마리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헌혈견 문화가 중요하다고 인식하면서 헌혈 센터를 만들면 좋겠다고 꿈꿨는데 지금 꿈이 몇백배 이상으로 이뤄진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 자리에 모인 영웅견들을 보는 보호자들과 수의사들은 뿌듯한 얼굴이었다. 8살 진주의 보호자 김시연씨(42)는 “진주가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헌혈하러 이곳에 오면 좋아했다”면서 “대형견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자극적인 소재로 기사화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피를 내어주는 것도 큰 덩치 덕분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주는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4번 헌혈한 최다헌혈견이다. 대형견 한 마리의 헌혈로 소형견 4마리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진주는 그간 헌혈로 최소 16마리의 생명을 살린 셈이다. 2019년 직장 근처 목장에 주인없이 묶여있던 진주를 데려와 가족이 된 김씨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진주의 성품을 알아봤다”고 했다. “진주가 식탐이 있는데도 친구들이 음식을 뺏거나 물면 싸우지 않고 봐주는 성격이에요. 진주 성격이면 과거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헌혈해 주고 싶어할 것이라고 느꼈어요.”

헌혈영웅견 ‘진주’가 지난 26일 아임도그너 센터의 헌혈견 은퇴식에 참여한 모습. 은퇴 기념 메달과 본인을 상징하는 흰색 진주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헌혈영웅견 ‘진주’가 지난 26일 아임도그너 센터의 헌혈견 은퇴식에 참여한 모습. 은퇴 기념 메달과 본인을 상징하는 흰색 진주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

헌혈견은 자원봉사 차원에서 헌혈하는 반려견을 가리킨다. 평생 피를 뽑기 위해 사육하는 ‘공혈견’ 문제의 해결책으로 헌혈견이 제시되고 있다. 아임도그너 센터는 바람직한 반려견 헌혈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지난해 8월 설립됐다. 헌혈 당사자인 반려견들과 직접 소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헌혈하는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개는 한 해 4번까지 헌혈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센터가 헌혈견 한 마리당 연 1회(약 400㎖)만 헌혈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센터 개원 전부터 건국대에서 헌혈 자원봉사에 참여해 온 은퇴견들과 보호자들도 공혈견 문제의식에 공감해 헌혈을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은퇴식에서 줄곧 차분한 모습을 유지한 최고령 은퇴견 ‘시월’의 보호자 김소라씨는 친구가 근무하는 동물병원에서 본 공혈견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너무 어린 아이들이 그냥 체념한 표정으로 피가 뽑히려 침대에 누워있는 걸 보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김씨는 시월이와 함께 봉사할 수 있는 헌혈을 선택했고, 주변에도 헌혈견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헌혈영웅견 ‘시월’이 지난 26일 아임도그너 센터의 헌혈견 은퇴식의 단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시월이는 2020년과 2021년 헌혈에 참가했다. 김송이 기자

헌혈영웅견 ‘시월’이 지난 26일 아임도그너 센터의 헌혈견 은퇴식의 단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시월이는 2020년과 2021년 헌혈에 참가했다. 김송이 기자

명예롭게 은퇴한 헌혈영웅견들은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일만 남았다. 진주는 좋아하는 수영과 수박을, 시월이는 좋아하는 산책을 마음껏 즐길 것이다. 센터의 목표는 이들의 후배 헌혈견을 현재 200여마리에서 400마리까지 늘려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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