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지난 26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브리핑에서 해양 방류 방식이 “과학적 선례나 안전성 측면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안전한 다른 대안과 관련해 “그 논의를 꺼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일본에 재검토를 요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본이 오래전 해양 방류로 결론 냈기 때문에 대안을 재론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의미인 듯하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정부가 자국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시한다면 모든 선택지를 살펴보는 게 옳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위원회는 2016년 오염수의 5가지 처리 방안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희석 후 해양 방류, 증발 후 대기 방출, 전기분해 후 대기 방출, 고체화 후 지하 매설, 희석 후 지하 주입이다. 이 중에 일본은 해양 방류를 택했다. 다른 방식들은 소요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비용이 훨씬 많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경제성을 우선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일본 정부가 오염수의 초국경적 영향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는 의문이다. 처리설비 신뢰도에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고, 장기간 방류 시 해양생태계와 생물체 축적에 미칠 영향은 연구돼 있지도 않다. 일본 정부 내 검토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없었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일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 정부를 대변하려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정부·여당이 야당과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를 대하는 태도는 그런 의심을 살 만하다. 야당 의원들이 태평양도서국포럼 국가들과 연대하려는 시도에 여당과 외교부는 ‘국익 손상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시민들의 우려를 조금이라도 경청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오염수 방류 설비공사를 마쳤다. 내달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 공개를 거쳐 방류를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제안에 주목한다. 박 원내대표는 27일 오염수 해양 방류 최소 6개월 보류, 한·일 정부 간 상설협의체 구축과 공동 환경영향평가, 기존 5가지 오염수 처리 방안 재검토, 안전한 처리 방안을 위한 주변국 비용 분담 등 7개 대일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했다. 시민 건강과 안전 문제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다. 정부와 여당이 열린 자세로 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