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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홍보수석실, 명진스님 ‘보복성 심리전’ 국정원에 지시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왼쪽)과 명진 스님.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왼쪽)과 명진 스님. 경향신문 자료사진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시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국가정보원에 명진 스님과 관련한 사이버 심리전을 지시한 시점(4월19일)은 이 특보가 ‘봉은사 외압설’을 주장한 명진 스님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4월13일)한 시점과 맞물린다. 명진 스님이 이 특보의 외압 의혹을 폭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홍보수석실에서 그의 개인 비리를 인터넷에 확산하라고 국정원에 지시한 것이다.


경향신문이 29일 입수한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기록을 보면, 2010년 4월 당시 국정원 국익심리전팀장이던 A씨는 검찰에서 “국익심리전팀의 사무관 파트원이 저에게 ‘청와대 (홍보수석실) 파견관으로 근무 중인 직원이 사이버 심리전 활동을 요청했다. 명진의 룸싸롱(룸살롱) 출입 등 비리 사실을 폭로하는 활동을 (국정원) 7국과 2국에서 하고 있는데 심리전단에서도 명진에 대한 사이버 대응 활동을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이 왔다’는 취지로 보고를 받은(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A씨는 “보통 국정원 파견 직원이 청와대 비서관 등의 요청을 전달한다”며 “제가 알기로 이 요청을 한 ○○○이 당시 4급인가 5급인가 되는데 그런 직원이 독단적으로 심리전단의 활동을 요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사이버 심리전 지시는 홍보수석실 윗선이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특보는 홍보수석실이 사이버 심리전을 지시하기 6일 전인 2010년 4월13일 명진 스님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명진 스님이 김영국 당시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의 봉은사 외압 폭로 기자회견을 막은 당사자가 이 특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종교인 퇴출 목적에 더해 이 특보의 사적 보복 차원에서 사이버 심리전을 지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보수석실이 사이버 심리전을 지시한 국정원 심리전단은 대북 심리전을 담당하는 곳이다.

국가정보원 국익심리전처가 작성한 ‘청와대 사이버 업무협조 요청사항 검토 결과’ 문건

국가정보원 국익심리전처가 작성한 ‘청와대 사이버 업무협조 요청사항 검토 결과’ 문건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국정원은 홍보수석실 지시를 받은 당일 ‘청와대 사이버 업무협조 요청사항 검토 결과’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냈다. 국정원은 이 보고서에서 “명진의 룸살롱 출입 및 합의금 횡령 등에 대한 내용은 당원(국정원) 국내 파트에서 기 확산 중이므로 추가 확산에 문제점 별무 예상”이라는 검토 의견을 밝혔다. 이미 국정원이 보수단체 등을 통해 명진 스님과 관련한 음해성 정보를 오프라인에서 퍼트리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확전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온·오프라인에서 명진 스님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문에선 “심리전단 사이버팀에서 트위터와 4대 포털 사이트 등에 명진의 강남 룸살롱 출입, 시국법회 개최, 민족21 대표자 역임 이력을 집중 게재하는 등의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했다”는 점이 사실로 인정됐다. 법원은 2010년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명진 스님 사찰을 지시한 이후 그 해 5월까지 홍보수석실, 기획관리비서관실 등도 지속적으로 명진의 비리 및 취약점 등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했다.

명진 스님 관련 심리전을 벌인 국정원 직원들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지시한 것은 심리전단의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수사 과정에서 털어놨다. A씨는 검찰에서 “심리전단은 대북심리전을 통해 북한 체제 변혁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 업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하여 제압 활동을 할 수는 없고 그런 활동이 심리전단의 임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국정원 국익전략실 여론팀 직원 B씨는 검사가 명진 스님이 종북 활동을 했는지 묻자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명진 스님에 대하여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의율할 정도의 문제점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 비리, 종교인으로서 부적절한 행태 등을 수집, 배포함으로써 명진 스님에게 압박을 가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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