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소수인종 우대정책(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자, 이에 항의하는 사람들이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어퍼머티브 액션. 미국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통칭하는 말이다. 민권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인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행됐다. 대학 입학이나 공공기관 채용 때 흑인 등 소수인종을 할당하게 한 조치로 시작돼 여성·장애인으로 확대됐다. 적극적 우대 조치, 긍정적 차별이라고도 한다. 소수자 권익 옹호가 배경이다. “오랜 세월 쇠사슬에 묶여 걸음도 못 걷던 사람을 풀어주고 출발선에 세운 뒤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경쟁하라고 하면 그걸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은 어퍼머티브 액션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가산점이나 특혜를 주는 이 정책은 과거의 차별을 바로잡아 나갔으나 역차별 논란에도 휩싸였다. 예컨대 백인이 오히려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백인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그간 세 차례 있었다. 2016년 텍사스대 상대 소송에서는 대학 측의 소수인종 배려가 정당하다고 판결됐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등 9개 주는 이 정책을 이미 폐기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이라는 모임이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1·2심 판결을 뒤집고 각각 6 대 3, 6 대 2로 위헌 결정했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만 반대 의견을 냈다. 대학들이 학생들을 인종이 아닌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는 게 보수 대법관들의 결정 취지였다. 보수 성향 6명이 위헌 의견을 낸 것은 지난해 6월 49년 만의 임신중단권 판례 폐기 결정 때와 닮은꼴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대에 보수화된 대법원이 수십년씩 이어진 미국 사회 전통과 가치를 뒤집고 있다.
이런 퇴행적 판결에 당장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인 역차별을 해소한다고 하지만, 현재 대학 내 백인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걸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유색인종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제한할 공산이 크다. 빈자리는 백인들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이 추구해야 할 다양성의 가치가 추락하고, 형평과 포용 원칙까지 저버리는 역사적 후퇴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