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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안장 기록에서 ‘친일행위자’ 삭제된다…“사회주의 운동은 왜 안 적나”

박민식 “친일 행위 기재해야 한다는 법 있나”

“법률과 형평성에 관한 문제”

박민식 보훈부장관이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 백선엽 대장 동상 제막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보훈부장관이 5일 오후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에서 열린 ‘고 백선엽 대장 동상 제막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보훈부가 고 백선엽 장군(1920∼2020)의 국립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검토가 돼왔던 사안이고 지금 마무리 단계”라며 “백 장군 가족들도 국가보훈처에 삭제를 요청한 지 몇 달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훈부의 국립묘지 안장자 위치정보 검색 시스템에서 백 장군을 검색하면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 적혀있다.

국립묘지 안장자 위치정보 검색 시스템에서 ‘백선엽’을 검색하면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고 적혀있다.

국립묘지 안장자 위치정보 검색 시스템에서 ‘백선엽’을 검색하면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고 적혀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2005년 5월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발족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는 이명박 정부였던 2009년 11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총 1006명을 선정한 뒤 해체됐다. 백 장군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만주국군 장교로 침략 전쟁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명단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9년 3월 보훈부의 전신인 국가보훈처는 보훈처와 현충원 홈페이지의 안장자 기록에 반민규명위의 결론을 적시했다. 보훈부는 이 기록 행위 자체가 법적 근거는 결여된, 정치적인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진보·보수 진영의 문제가 아니고 법률적인 문제다. 공무원의 공적인 행위에는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친일 행위를 했다고 적으려면 반드시 기재해야만 한다는 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고 했다. 또 “사회주의 활동 이력은 그럼 왜 기록하지 않나”며 “범죄 행위 자체에 형평성이 맞느냐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장군 외에도 현충원 안장 기록에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적혀있는 인물은 신태영 전 국방부 장관, 신현준 전 해병대 사령관 등 11명이다. 보훈부는 이들의 기록 삭제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반민규명위에서 백 장군이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사견을 전제로 “심각한 문제가 많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지금 이 건은 그것까지 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왜 12명에 대해서만 친일 기록을 딱 적었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6·25 전쟁에서 다부동 전투를 지휘한 백 장군의 공을 강조하고 있다. 보훈부와 육군본부는 이날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에서 백 장군의 동상 제막식을 열고 높이 4.2m, 너비 1.56m에 달하는 동상을 공개했다. 국민성금 3억5천만원과 보훈부 국비 1억5천만원 등 총 5억원이 들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초대 이사장으로 한 백선엽장군기념재단도 최근 출범했다.

하지만 정부가 보훈 대상자들의 공을 앞세운 나머지 과를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백 장군은 1943년 만주국군 소위로 임관해, 조선인 독립군 토벌대로 악명 높았던 간도특설대에서 약 2년간 근무했다. 백 장군은 생전 간도특설대 근무 이력은 인정하지만 독립군과 직접 전투를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1983년 일본에서 출간한 저서 ‘대게릴라전-미국은 왜 졌는가’에는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적혀있다.

보훈부가 명시적으로는 이념에 따른 진영 논리를 부인하고 있지만 출범 한 달여 동안 추진하고 있는 정책 방향을 보면 유독 친일 행적에 관대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앞서 보훈부는 그간 논란이 있었던 독립 유공자들 전반을 재검토하고 유공자 서훈 기준을 재정립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복수의 보훈부 관계자를 출처로, 친일 행적이 있는 김가진·조봉암에 서훈을 하고 사회주의 계열의 주세죽·김형권·강진석의 서훈 박탈을 추진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보훈부는 “진영이나 정치 흐름에 좌우되지 않고 일관된 원칙과 기준을 수립했다”며 “특정 사안이나 특정 인물을 정해서 심사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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