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 437억 중 홍보 113억, 정책 2억…후원자도 수긍할까

배문규·이수민·박채움 기자

(중) 어디에 얼마큼 썼을까

지출 437억 중 홍보 113억, 정책 2억…후원자도 수긍할까

문자 51억, 근조·경하기에 50억
안호영, 문자 3억6119만원 ‘최고’
현수막 1위는 김도읍 ‘3851만원’

그래픽 | 현재호 기자 hyun@kyunghyang.com 사진 크게보기

그래픽 | 현재호 기자 hyun@kyunghyang.com

3억6119만원.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정치후원금으로 지출한 문자 메시지 발송 비용이다. 안 의원은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에 참여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다량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영향으로 안 의원은 지난해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 순위에서 1위(7억8497만원)를 기록했는데, 2위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안 의원 사례가 도드라져 보이지만 많은 국회의원들 역시 ‘홍보’에 열을 쏟았다. 지난 3일 경향신문·뉴스타파·오마이뉴스 공동취재팀이 2022년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액을 10개 분야로 나눠 집계한 결과 전체 437억5029만원(의원직 사퇴와 보궐선거 당선 인원 포함해 총 309명) 중 홍보비가 112억8635만원(25.8%)으로 가장 많았다. 정책 관련 지출은 2억28만원(0.46%)으로 10개 분야 중 꼴찌였다.

문자 메시지, 현수막…‘알려야 산다’

홍보비 중 문자 메시지 비용 지출이 51억847만원으로 단연 많았다.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박완수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문자 메시지 발송에 1억1782만원을 썼다. 절반이 넘는 162명(52.4%)의 의원들이 문자 메시지에 1000만원 이상씩 썼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대량 발송 전문 업체를 이용하는데 메시지 분량과 이미지 포함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장문이 건당 50원 정도다. 적은 비용 같지만 2만명에게 한 번만 보내도 100만원이다.

안호영 의원실 관계자는 “연령대가 높은 분들과 소통하는 데 문자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발송비는 대부분 개인 자산을 차입해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문자가 불특정 다수 유권자들과 접점을 만드는 시도라면, 경조사에 보내는 근조·경하(축하)기는 지역구 주민들과 친밀도를 높이는 수단이다. 근조·경하기 지출액은 17억7273만원으로 홍보비 증 문자 메시지 다음으로 컸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347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2762만원), 김영배 민주당 의원(2613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현수막 홍보비는 15억4399만원으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3851만원), 박덕흠 의원(3456만원), 서영교 민주당 의원(2996만원) 등이 지출한 액수가 컸다. 명절 인사, 예산 확보 성과, 정책 홍보 등이 주로 현수막에 담기는 내용이다. 이태원 참사 추모 현수막을 걸었다고 명시한 의원은 7명이었는데, 국민의힘에선 하태경 의원이 유일했다. 오영환 민주당 의원은 순직 소방관 근조화환, 순직 유가족 설선물에 비용을 지출한 것이 눈에 띄었다.

김기현·안철수·이재명 등 5명은
방송 출연 ‘헤어단장 비용’ 눈길

헤어 단장 비용도 홍보비?

머리를 손질하는 비용도 홍보비로 들어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헤어 단장 비용’으로 628만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방송 출연’ ‘기자회견’ 등의 명목으로 꾸밈 비용을 지출했다고 신고한 의원은 김 대표를 비롯해 5명이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210만원),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165만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110만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7만원) 등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정치자금 회계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이발소나 미용실 이용 등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분류돼 사용이 제한된다. 인터뷰나 연설 등을 이유로 사용한 미용비용은 정치 활동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를 정치자금에서 지출하지 않은 의원들과는 비교가 된다.

언론은 여론을 살피면서 의원 본인과 정책을 홍보하는 중요한 창구다. 광고, 기자간담회, 신문 구독 등 언론 관련 지출은 8억6632만원이었다. 1위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2175만원)이었으며, 정성호 민주당 의원(1747만원),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1315만원), 설훈 민주당 의원(1261만원), 안규백 민주당 의원(1215만원)이 뒤를 이었다.

전체 신문 구독비는 3억2639만원이었다. 2019년 4억1069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년 사이 1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신문을 가장 많이 구독한 의원은 홍문표 의원(835만원)으로 모두 36개 신문을 구독했다. 2위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633만원)은 35개 신문을 구독했다.

이상헌 민주당 의원은 ‘게임기기 구입’에 1000만원 지출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e스포츠 민간교류 목적으로 파키스탄을 방문하면서 증정을 약속한 전문가용 게임패드 50세트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파키스탄이 ‘철권’ 게임 강국인데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해 친선 목적으로 아마추어·유소년 선수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지역구 넓을수록 인건비도 늘어
인건비 2000만원 넘는 의원 86명
그중 36명만이 4대 보험료 부담

사무실 비용만 108억원…고정비 부담 커

의정 활동을 뒷받침하는 사무실비와 차량비, 인건비는 고정 지출이 큰 항목이다. 숙소·사무실 임차료 등으로 나가는 사무실 비용은 107억9932만원으로 전체의 24.7%에 달했으며, 렌트료와 기름값 등 차량비도 56억2499만원(12.9%)에 이르렀다.

사무실 비용은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오영훈 전 민주당 의원이 1억706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경선 사무실 비용이었다. 김기현 대표 역시 지난해 당 대표 선거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지출이 늘어 1억4318만원을 썼고,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1억3801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임차료나 관리비, 인테리어 공사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인건비는 모두 45억5242만원이 지출됐다. 국회의원은 9명의 보좌직원을 국회 예산으로 지원받지만, 지역구 사무실 등에 근무하는 직원을 별도로 둘 경우 인건비를 따로 지출해야 한다. 20만원부터 500만원까지 범위가 넓었는데, 국정감사 격려금이나 퇴직위로금도 있었다. 인건비를 2000만원 이상 지출한 의원은 모두 86명이었는데, 그중 류호정 정의당 의원 등 36명의 의원만 직원들의 4대 보험료를 부담했다. 정치자금으로만 봤을 때 4대 보험을 보장받는 직원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지역구가 여러 지역에 걸쳐 있는 ‘공룡 선거구’ 의원들은 사무실과 직원을 각각 둬야 하는 고충도 있다. 전북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이 지역구인 안호영 의원(1억270만원)과 경남 밀양시·의령군·함안군·창녕군이 지역구인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9074만원) 등이 인건비 지출 상위권에 자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이 쓰는 게 문제라기보다, 제대로 써야

지난해 국회의원들이 모금한 후원금 총액은 585억7900여만원, 지출 금액은 437억5029만원이었다. 안호영 의원에 이어 지출 2위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3억8851만원)이었다. 경기도지사 경선 관련 비용과 사무실 비용에 많은 돈을 썼다. 3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3억8323만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변호사 비용으로 1억9800만원, 사무실 비용으로 6968만원 등을 썼다.

국회의원은 연봉과 의원실 지원경비 외에 후원회를 통해 모은 돈을 정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선거가 있었던 지난해는 3억원(없는 해는 1억5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었다. 많고 적음은 문제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정치자금을 활용했다면 후원자 뜻에도 맞는 일이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가’이다. 정치자금은 ‘정치 활동’을 위해 소요되는 경비로만 쓰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사용 기준의 범위가 애매한 데다 시민들이 사용 내역을 접하기도 쉽지 않아 사적 유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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