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인권교육 수요가 늘면서 전국 시·도교육청도 노동인권교육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노동인권교육 운영은 교육감이 나 시·도의회의 의지에 달려 있다. 청소년이 안정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배울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부터노동교육운동본부(운동본부)는 전국 6개 시·도교육청의 지난 1년간 노동인권교육 정책협약 이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두 6개 항목 중 4~5개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운동본부는 지난 5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13개 지역 교육감 후보 17명과 정책협약을 맺었고 이 중 7명(서울, 인천, 세종, 충남, 광주, 경남, 울산)이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이번 조사에서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고 노옥희 교육감이 숨지면서 제외됐다.
조사항목 중 ‘초·중·고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에 노동의 의미 반영 노력’에서는 6개 교육청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도교육감 총회에 ‘2022년 국가교육과정 개정 시 노동교육 요소 반영’ 안건을 냈다. 인천시교육청은 시 교육과정 총론에 관련 조항을 명시했다.
‘노동인권교육 법제화 노력’과 ‘전문 담당자 또는 전담부서 배치’와 ‘노동계·민간단체 협업체계 구축’ 부문에서도 6개 교육청 모두 이행을 마쳤거나 이행 중이었다.
교육청마다 편차가 크게 갈리는 부문도 있었다. ‘교원 연수 및 관련 조례·연수지침 제개정’은 6곳 중 2곳만 이행을 완료했다. ‘이행 중’인 충남도교육청은 관련 조례나 지침이 없는 상황에서도 초·중·고 교감 연수를 진행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교원 연수 부담이 과중하고 조례 개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세종시교육청도 교원 연수 관련 조례가 없다.
‘노동인권교육 관련 예산 확대 편성’ 부문에서는 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교육청만 ‘미이행’으로 분류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본예산에 이어 최근 2차 추경에서도 관련 예산을 제출했지만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중앙정부가 노동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27일 고용노동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에게 노동교육을 활성화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노동부와 교육부가 이행계획을 냈지만, 인권위는 지난 5일 교육부의 권고 이행계획을 두고 “독립 과목화와 교육내용 내실화 관련 이행계획이 미흡하고, 법제화 도모 관련 이행계획이 없다”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노동 관련 내용을 대거 지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선경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교육이 시의회나 예산에 휘둘리지 않도록 교육부가 키를 잡아야 하고, 국회도 재원확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권의 교육정책 방향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노동교육의 근거를 법에 명시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