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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과 은백양

이한열. 그의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지난 5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6년째 되는 날이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그는 반독재투쟁에 가담했다. 중학교 때 목격한 5·18 민주화운동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박종철 고문살인 은폐 조작 규탄 및 민주헌법쟁취 국민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6·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 앞장서 참가했다. 백양로 맨 앞에서 독재 타도를 외치던 그는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을 거두었다.

그의 삶과 죽음이 고스란히 새겨진 백양로는 지금 평온하고 활기차다. 연세대를 상징하는 중심도로 백양로는 백양(白楊)나무가 심어져 붙였던 이름이다. 미국 출신의 연희전문학교 화학과 교수 밀러(한국명 밀의두·密義斗)가 1917년에 진입로 좌우에 실습용으로 백양나무를 심은 데서 유래되었다. 1960년대까지 교정의 가로수로 남아있었지만, 현재는 연세대백주년 기념관 앞에 몇 그루 남아 명목을 이어간다.

백양나무의 정식 명칭은 은백양(Populus alba)으로 유럽과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잎 뒷면에 은백색의 솜털이 빽빽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 중 종소명이 ‘alba(백색의)’인 것도 그래서이다. 속명 포풀루스(Populus)는 ‘저절로 움직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파팔레인(pappalein)에서 왔다. 라틴어 포풀루스(Populus)는 대중(大衆), 또는 국민을 의미하고 영어 ‘popular’의 어원이기도 하다. 이 나무에 포풀루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로마인이다. 그들이 보기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잎의 모습이 마치 격앙된 군중들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이 나무를 보고 들끓는 군중을 연상했다는 것으로 참으로 절묘하다.

이 유래를 되새기다 보면, 온 국민이 불꽃같이 일어나 나라 전체가 들끓었던 1980년대 민주화의 봄과 폭력에 맞서며 분연히 일어섰던 이한열과 학생들이 떠오른다. 서양 신화에서 빛을 발하는 죽음을 상징하는 은백양처럼, 그의 정신은 6월 민주항쟁과 6·29 선언의 도화선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그가 목숨 바쳐 투쟁할 때, 먼 타국에 있던 나는 본의 아닌 방관자였다. 그래서인지 그가 피 흘리며 차려놓은 밥상에 밥숟가락만 얹은 것 같은 부채 의식을 늘 가지고 있다.

과연 그에게 진 빚을 지금이라도 갚고 있는지 다시 한번 자문한다. 그는 지금 국립5·18민주묘지에 잠들어 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아직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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